[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는 정말 다르다. 페퍼저축은행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창단 최다승(11승)은 이미 잊었다. 창단 이래 4시즌 연속 꼴찌라는 멍에를 벗어던질 때가 왔다.
페퍼저축은행은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현대건설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올시즌 V리그 여자부 11경기만에 처음 나온 셧아웃 경기다. 그 주인공이 페퍼저축은행이라는 점도 놀랍다.
이날도 외국인 선수 조이는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웜업존에 머물다 작전타임에만 선수단 사이로 끼어들어 함께 작전지시를 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소연 감독은 경기전 조이와 하혜진의 공백을 메우는 박은서와 임주은을 향해 "선수 개인 입장에선 분명한 기회다. 귀중한 실전 경험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금 우리 선수들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단단한 팀워크를 쌓으면 부상 선수들이 정상가동될 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코어는 매세트 일진일퇴였지만, 결과는 3세트 모두 페퍼저축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시종일관 분위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이 압도했고, 그대로 셧아웃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대 코트를 맹폭한 박은서의 존재감이 빛났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역할에 걸맞게 40.1%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21득점을 올렸다. 서브에이스는 없었지만,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을 날려버리는 대포알 같은 강서브가 강렬했다. 이제 빈틈을 노리는 페인트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는 완급조절까지 갖췄다.
여기에 시마무라가 속공과 이동공격으로 흔들고, 클러치에선 박정아의 오픈 공격이 터졌다. 필요할 때 한방씩 해주는 두 베테랑의 존재감이 페퍼저축은행에 더욱 힘을 실었다.
경기 후 만난 장소연 감독은 흥분하지 않았다. "박은서가 자기 역할을 참 잘해줬지만, 박은서 외에도 득점도 고르게 나오고, 우리 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가 조이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목적타 서브의 효율도 좋았다"며 기뻐하는 와중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뿌듯한 속내를 드러냈다.
접전에도 매세트를 가져온 결정력에 대해서는 "그게 바로 우리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마음,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이라며 "그렇게 한번씩 세트를 잡고, 경기를 이기다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승리 그 자체보다도 더 큰 수확"이라며 "'20점 넘어도 과감하게 해야한다. 소극적으로 뒤로 빼면 안된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리베로 한다혜를 중심으로 한 안정된 리시브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최대 무기인 양효진의 네트플레이에도 끈질기게 버텨내는 수비력도 인상적이었다. 장소연 감독은 "준비하고 분석한대로 선수들이 얼마나 잘 이행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오늘 정말 잘된 것 같다"며 웃었다.
박은서의 스텝업에 대해서는 "코보컵 때 외국인 선수 없이 뛰어본 게 밑거름이 됐다. 일단 서브가 과감하다. 정말 많이 성장했고, 자신감이 붙은 게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결국 조이의 합류 시기와 상태가 관건이다. 좋은 흐름을 타긴 했지만, 결국 장기 레이스와 봄배구에서 해줘야할 선수다.
"팀에 합류해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선수니까,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구단에서 노력하겠다. 작전타임에 참여하면서 상대 플레이도 좀 보고, 우리가 어떤 작전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빠른 복귀를 위한 노력이다.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는 어찌 됐든 큰 부담이 된다. 하루빨리 실전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