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삼성 왕조의 신고선수 신화, 추락한 팀의 버팀목을 거쳐 LG 왕조의 캡틴으로 거듭났다.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은 2021년 겨울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 FA 계약 직후부터 이른바 '적정가' 논란에 시달렸다.
빠른 발과 좋은 컨택을 가졌지만 테이블세터로 뛰기엔 선구안이 아쉽고, 막강한 LG 외야에 '60억 중견수'는 중복 투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적 당시 서른이던 나이도 문제였다. 에이징커브가 찾아올 경우 장타력이 없는 박해민의 가치는 급감할 거란 우려였다.
하지만 그 뒤로 4년, 더 이상 '잠실 중견수' 박해민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없다.
LG는 2025년 한국시리즈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4승1패를 기록하며 최근 3년 새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박해민이 아니었다면 LG가 과연 두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LG가 강팀에서 우승팀으로 거듭나는데 있어 마지막 퍼즐 한조각 역할은 박해민의 몫이었다. 삼성 시절 2번의 한국시리즈 경험(우승 1회) 역시 한국시리즈가 생소했던 LG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염경엽 LG 감독이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아도 박해민을 대신할 선수가 없다"고 극찬할 만큼 넘사벽인 수비,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히 끌어올린 선구안, 이적생임에도 올해 주장까지 맡으며 팀 우승을 이끈 리더십까지, 박해민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도 남는 4년을 보냈다.
무엇보다 4년 내내 전 경기에 출전한 '철인'의 면모가 돋보인다. 수비이닝으로 따지면 무려 4724⅓이닝을 소화했다. 동기간 동안 단연 1위다. 2023~2024년에는 리그 전체에서 수비이닝 1위였고, 2022, 2025년에도 2위를 차지할 만큼 결장이나 지명타자 출전이 거의 없었다.
올시즌만 따져도 144경기 전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송성문 김주원 노시환 레이예스 디아즈 박해민까지 단 6명 뿐, 그중 중견수는 박해민 한명 뿐이다. 그렇게 무거운 수비부담과 넓은 커버리지를 안고, 올시즌엔 주로 9번타자로 출전하는 와중에도 도루왕(49개)을 차지한 폭발적인 주루능력까지 선보였다. 주장으로 듬직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까지 해냈다.
올시즌 타율은 2할7푼6리에 불과하지만, 갭 출루율이 1할 이상 높은 3할7푼9리에 달한다. 지난 7월 22일 선두 탈환에 불을 당겼던 KIA 타이거즈전 동점 스리런,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 4차전 종료 후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뜨거운 눈물까지, 팀의 고비 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타율은 2할1푼4리에 불과했지만, 수비에서 압도적인 모습으로 투수들을 도왔다. 한화팬들 사이에 '아 또 박해민이야'라는 탄식이 거듭 되며 '대전 빵집 출입금지'가 강화됐다.
박해민은 이제 FA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그는 우승 직후 LG 잔류는 물론, 또 한번의 '우승 캡틴' 의지까지 드러냈다.
LG 역시 박해민을 잡고자 하는 입장은 마찬가지다. 다만 1990년생으로 내년이면 36세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입증한 활약으로 올해 FA 시장에서도 원하는 팀이 여럿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사람 일은 모를 일, LG는 과연 팀에 두번째 우승을 안긴 박해민에게 만족할 만한 대우로 화답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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