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상사맨'의 피가 끓는 이준호가 IMF 한복판에서도 사람과 신념으로 막혔던 길을 뚫었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 7회에서는 IMF란 차가운 현실을 견뎌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연대를 그렸다.
녹즙 판매원 차선택(김재화)은 길거리로 나앉은 노숙자들 사이에서 웅크리고 자는 어린 아이들을 보곤, 말로 다 못할 안쓰러움에 조용히 요구르트를 건넸다. 구두수선을 하는 고마진(이창훈)의 아버지는 좁은 가게에서 차가운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얼마 전 둘째를 얻은 아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줬다. 평생 회사만 다녔던 구명관(김송일)은 일용직 인력 시장에서 몸싸움 경쟁도 불사했고, 배송중(이상진)은 관세사 공부를 하며 다른 미래를 꿈꿨다.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도피중이던 윤성(양병열)은 헬멧 공장에 취직해 첫 월급을 받자, 자신에게 지갑까지 털어줬던 친구 강태풍(이준호)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갚았다.
외채상환 금 모으기 운동엔 전국민이 동참했다. 태풍의 엄마 정정미(김지영) 역시 빚잔치 속에서도 끝까지 지켰던 결혼반지를 내놓았다. 누구의 탓인지도 모른 국가 위기 속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도려내졌지만, 어떻게든 천근 같은 하루를 버티고 가족을 지키며 뜨거운 나라사랑까지 보여준 것이다. 포장마차 주인(남권아)의 말대로, "돈도 없고 뭣도 없어도 옆에 사람 있으면 된다"는 연대의 힘이었다. 태풍 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안전화 슈박을 실어야 하는 원양어선 선장이 선적 허가를 내주지 않자, 홍신상회 사장 정차란(김혜은)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카이사르 강'이라 불렸던 강진영(성동일)이 태풍의 아버지란 사실이 드러났고, 선장은 "느그 아버지랑 밥도 먹고! 배도 탔던!" 인연을 외치며 마음을 바꿨다. 물건만 실으면 배송사고가 날 것이란 선장의 우려에 해양대를 나와 유조선도 타봤던 슈박 사장 박윤철(진선규)이 직접 원양어선에 올랐다. 원양어선에 5천개의 안전화를 실어야 하는 문제도 시장 사람들이 내 일처럼 도와 해결됐다. 꽃게 상자에 슈박 상자를 포개 원양어선으로 옮겨준 것.
그렇게 성공적 출항이 가까워졌을 때, 갑작스러운 신고 접수로 경찰이 항구에 들이닥쳤다. 선원들의 신분 조사와 선적 확인이 이어지자 순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태풍은 기름배에 밀가루 자루를 들고 뛰어내린 뒤 이를 하늘에 흩뿌려 경찰들의 시선을 끄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던 오미선(김민하)은 혹시 태풍이 바다에 빠졌을까 구명튜브를 들고 물로 뛰어들려고 하던 찰나, 무사히 돌아온 태풍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를 끌어안았다. 그런 미선이 너무 예쁜 태풍은 "나 오주임님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는 고백도 투척했다.
사람의 힘으로 안전화를 멕시코로 무사히 실어 보낸 태풍은 악덕 사채업자 류희규(이재균)에게 현금 1억원을 당당히 쏟아놓고 차용증을 돌려받았다. 그래도 1만불 넘게 이익을 남겼다. 그 시각 표현준(무진성)은 아버지 표박호(김상호)에게 회사에 끼친 손해로 호된 질책을 받았다. 태풍의 몰락과 금전적 이익이라는 '일타쌍피'를 노렸지만, 결국 그가 얻은 건 금전적 손해와 아버지의 꾸지람뿐이었다. 반면 태풍은 돈과 신뢰, 그리고 사람까지 모두 지켜내며 완벽한 승자가 됐다.
태풍은 바로 다음 아이템 모색에 나섰다. 수출 엑스포에서도 이렇다할 물건을 찾지 못하고 있던 중, 윤성이 요즘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는 "유럽과 미국에서 1등하는 헬멧"이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다. 수출 아이템은 찾았지만, 도무지 방법은 보이지 않자 태풍은 전 영업과장 마진을 찾아가 "일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가장 마진은 이름밖에 안 남은 태풍상사에서 무모한 도전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태풍의 진심 어린 호소에 결국 마음을 돌렸고, 꼭 다시 가져오라며 그가 건넨 헬멧을 들고 태풍상사에 출근했다. 마진의 합류가 태풍상사에 어떤 날개를 달아주게 만들지 희망찬 기대감이 실리는 엔딩이었다.
이날 방송된 '태풍상사' 시청률은 전국 가구 평균 8.2%, 최고 9.3%, 수도권 가구 평균 8.1%, 최고 9.1%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전국 가구 평균 2.2%, 최고 2.5%를 기록하며 전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이튿날 방송된 '태풍상사'도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2일 방송된 '태풍상사' 8회에서는 고마진의 컴백으로 태풍상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헬멧 제조사 강성과의 긍정적 논의 끝에 물량 확보에 성공하며 또 한 번 희망의 기운이 돌았다. 이제 관건은 이미 주요 시장 대부분이 선점된 상황에서 '어느 나라에 팔 것이냐'였다. 그런데 태풍이 IMF를 먼저 맞은 태국을 지목해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그 판단에는 그간 열심히 신문을 스크랩하며 쌓아온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한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핵심은 '얼마를 버는가'가 아닌, '얼마를 쓰는가'였다. 태국은 백화점이 가장 많고, 비싼 독일차를 독일 다음으로 많이 사며, 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구매력을 가진 나라였다. 게다가 태풍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태국에서 최근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고,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이끄는 야구 드림팀의 방콕 방문으로 단속도 강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마진은 6촌형 고마용(이한위)이 태국에서 15년 넘게 운영중인 '사와디 무역'을 소개하며 현실적 실행안을 제시했다. 오랜 현장 경험이 있는 영업 베테랑 다웠다. 그런데 출장을 앞두고 영업팀 내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리에서 영업팀 주임이 된 오미선이 탐탁지 않은 마진이 "영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라며 충고한 것. 영업은 남자만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시대적 불문율이었다. 상사맨이 꿈인 미선은 "평가는 고객에게 받고, 증명은 숫자로 보여드리겠다"라고 단단히 맞섰지만, 못내 쓰라린 속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렇게 태국으로 떠난 태풍상사 3인방의 첫 해외 출장은 설레는 마음과 달리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마용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마진은 미선의 소개를 어물쩍 넘어갔고, 식사 자리에서 '사장' 태풍이 사람들에게 손수 국을 떠주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게다가 물건이 들어올 람차야 항구에 가보고 싶다는 미선에게 그곳은 사장과 영업이 가는 자리라며 그녀를 배제했다. 가서 뭘 할 수 있냐며 딱 잘라 말하는 마진의 태도에 공기는 한층 더 냉각됐다. 방으로 돌아간 미선을 찾아온 건 제대로 먹지 못한 그녀를 챙기기 위해 저녁 식사 쟁반을 가져온 태풍이었다. 그러나 미선은 "사장님이 이렇게 감싸주시니까 제가 그런 말을 듣는 거다"라며 엇나가버렸다.
람차야 항구에서도 미선과 마진의 대립은 이어졌다. 마진은 세관 직원에게 잘 보이려 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한국 담배 한 보루와 점심 한 끼 할 수 있는 50달러를 찔러줬다. 놀란 미선이 뇌물이라며 제지했지만, 마진은 영업의 기본을 운운하며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다시 무시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미선은 생채기를 입고 눈물까지 차올랐다.
이런 팽팽한 공기를 바꾸려는 태풍은 클럽에 다 함께 가야 한다고 처음으로 '사장'답게 단호히 지시했다. 요즘 태국에서 인맥 쌓기의 장이라는 클럽에서 헬멧 수출의 단서를 쥔 니하캄 그룹의 막내딸 니차(다비카 후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멋지게 차려 입은 태풍을 소개받은 니차는 그에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러달라고 권했다. 그는 마치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달콤히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선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다. 태국에 와서 하는 일도 없이 비행기 값만 축낸 것은 아닌지 자책감도 들었다. 불편한 구두에 까진 뒤꿈치를 보니 자신이 더 바보 같았다. 클럽 밖으로 나온 미선을 뒤따라온 태풍은 직접 손수건을 상처 부위에 묶어줬다. 그리고 "너무 애쓰지 마라.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라고 다정히 위로했다. 자신을 위해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는 태풍을 보며 미선의 쓰라린 마음도 점차 풀려갔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숙소로 경찰이 들이닥쳤고, 세 사람이 서로 연행됐다. 사정을 몰라 불안해하던 중, 기초 태국어를 공부해온 미선이 겨우 상황을 파악했다. 문제의 발단은 마진이 세관 직원에게 건넨 50달러였다. 뇌물 의혹으로 번진 사건에 CCTV까지 확보된 상황. 얼굴을 대조해보던 경찰이 결국 마진을 체포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타지에서 태풍과 미선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폭발했다.
'태풍상사' 8회 시청률도 전날보다 상승했다. 전국 가구 평균 9.1%, 최고 9.6%, 수도권 가구 평균 9%, 최고 9.7%로 자체 최고를 경신,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전국 가구 평균 2.5%, 최고 2.9%, 수도권 가구 평균 2.1%, 최고 2.6%로 케이블 및 종편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 기준으로는 지상파를 포함한 전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 닐슨코리아 제공)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