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1년의 공백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선수 생명에도 위기감이 감돌았다. 그 또한 그라운드 복귀를 장담 못했다. 마음고생은 말할 수 없었다. 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도 성급한 발탁보다 배려가 우선이었다. 마침내 'OK 사인'이 떨어졌다.
먼 길을 돌아온 '인간 승리'의 아이콘 조규성(27·미트윌란)이 지난해 3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이후 1년8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홍명보 감독은 3일 볼리비아(14일·대전), 가나(18일·서울)와의 11월 A매치 2연전에 출전할 27명의 소집 명단을 공개했다. '눈물의 밤'을 지샌 조규성이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5월 오른 무릎 반월상 연골판 절제 수술을 받았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고, 새 시즌 준비를 위해 서둘러 칼을 댔다. 프리시즌 전이면 회복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운명이 야속했다. 수술 부위가 감염되며 합병증을 앓았다. 2024~2025시즌을 전부 날려버렸다. 통상 재활 기간과 정상 컨디션을 찾는 시간은 정비례한다. 1년을 쉬면 그 기간만큼의 고통이 뒤따른다. 조규성은 달랐다. 우려가 컸지만 빠르게 비상했다. 그는 9월 17일(이하 한국시각) 덴마크컵 3라운드에서 1호골을 터트렸다. 사흘 후에는 정규리그에서 마수걸이 골, 9월 29일에는 정규리그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 10년 만에 A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지만 조규성과는 부상으로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그 끈은 놓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달에는 조규성을 발탁하지 않았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까지 그 선수의 무릎은 비행기를 오래 타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다만 계속해서 유럽에 상주하는 외국인 코치를 보내 조규성을 점검했다. 그리고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홍 감독은 지난달 25일 직접 덴마크로 날아갔다. 
조규성이 화답했다. 11~12라운드에서 침묵한 그는 지난달 26일 홍 감독이 현장을 찾은 프레데리시아전에서 골폭죽을 재가동했다. 시즌 4호골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후 첫 풀타임도 소화했다. 홍 감독은 덴마크에서 조규성과 면담했고, 복귀를 더 늦출 필요가 없었다. 그는 "조규성의 경우 앞서 코치진이 몇 차례에 걸쳐 몸상태를 체크했다. 현재 몸상태는 대표팀 소집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규성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2골을 작렬시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2골 모두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2대3 패)에서 터진 득점이었다. 이번에 가나와 다시 만난다.
변화도 있다. 양민혁(19·포츠머스)이 지난 3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이후 8개월 만에 돌아왔다. 새 시즌에도 토트넘에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으로 임대된 그의 출발은 더뎠다. 지난달 반전에 성공했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1도움)로 맹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 여름 스코틀랜드를 떠나 프랑스 리그1 FC낭트에 둥지를 튼 권혁규(24)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이름을 올렸다. 13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권혁규는 지난달 낭트가 치른 리그1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캡틴' 손흥민(33·LA FC)을 비롯해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까지 한국 축구 '삼대장'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A대표팀 명단 발표 전날인 2일 베스테를로전에서 리그 4호골, 유로파리그를 포함해 시즌 6호골을 터트린 오현규(24·헹크)를 포함해 이재성(33·마인츠) 황인범(29·페예노르트) 설영우(27·즈베즈다) 황희찬(29·울버햄튼) 이동경(28·울산) 등도 쉼표없이 승선했다. 외국 태생 최초 혼혈 국가대표인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도 재신임을 받았다.
홍명보호는 10일 충남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NFC)에서 첫 발을 뗀다. 해외파는 소속팀의 경기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합류한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축구 A대표팀 11월 소집 명단(27명)
▶GK(3명)=조현우(34·울산) 김승규(35·도쿄) 송범근(28·전북)
▶DF(9명)=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조유민(29·샤르자) 이한범(23·미트윌란) 박진섭(30·전북) 김태현(25·가시마) 이명재(32) 김문환(30·이상 대전) 설영우(27·즈베즈다) 이태석(23·아우스트리아 빈)
▶MF(12명)=이강인(24·파리생제르맹) 황인범(29·페예노르트) 이재성(33·마인츠)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 김진규(28·전북) 엄지성(23·스완지시티) 이동경(28·울산) 백승호(28·버밍엄 시티) 원두재(28·코르파칸) 황희찬(29·울버햄튼) 양민혁(19·포츠머스) 권혁규(24·낭트)
▶FW(3명)=손흥민(33·LA FC) 조규성(27·미트윌란) 오현규(24·헹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