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국 매체가 '손세이셔널' 손흥민(LA FC)의 스텝오버를 재조명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Q2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스틴FC와 2025년 MLS컵 플레이오프(PO) 서부 콘퍼런스 1라운드 2차전에서 1골 1도움 맹활약으로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판타스틱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골은 전반 21분에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영혼의 단짝' 드니 부앙가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 좌측 지점에서 스텝오버로 상대 수비수를 완벽히 벗겨낸 후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미국 스포츠방송 'CBS스포츠'는 '손흥민의 시그니처 스텝오버'라고 MLS 공식 영상을 공유했고, MLS 사무국은 '너무 대단한 쏘니'가 'Filthy goal'을 넣었다고 표현했다. 'Filthy'는 주로 '불결한, 추잡한'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스포츠에선 상대가 방어하기 어럽고 기술적으로 훌륭한 '까다로운 골'을 뜻한다. 
흔히 '헛다리 짚기'로 알려진 스텝오버(stepover)는 공을 건드리지 않고 상체 움직임, 다리 모션, 시선, 타이밍 등으로 수비수를 속이는 기술로, 순간 스피드와 양발 슈팅 능력을 겸비한 손흥민의 '시그니처'다. 세계 최고 레벨의 EPL 수비수들도 알고도 당했던 스킬이다. 
손흥민은 19일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MLS 정규리그 최종전(2대2)에서도 전반 42분 비슷한 위치에서 거의 흡사한 스텝오버 기술로 수비를 벗겨낸 뒤 똑같은 왼발슛으로 시즌 9호골을 터뜨린 바 있다. 손흥민의 커리어 첫 플레이오프 득점 장면을 본 팬들은 "역시 손흥민에게 MLS 수비는 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LA FC의 MLS컵 플레이오프 8강행을 이끈 선제골은 8월 미국 진출 후 12경기만에 터뜨린 10호골이었다. 2016~2017시즌부터 2024~2025시즌까지 토트넘에서 무려 9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유일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로 등극한 손흥민은 무대는 다르지만, 연속 두자릿수 득점 기록을 10시즌으로 늘렸다.
정상급 선수 중에서도 최고 중에 최고로 평가받는 양발 능력은 미국 무대에서도 빛나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10골 중 6골을 오른발, 4골을 왼발로 넣었다. 손흥민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에서 오른발로 74골, 왼발로 49골, 헤더로 4골 등 총 127골(333경기)을 넣었다. 
스티브 체룬돌로 LA 감독은 경기 후 "전직 수비수로서 손흥민 같은 선수는 거의 막기 어려운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선수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최대한 불편하게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슈팅)각도를 좁히고 공격 기회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손흥민은 양발을 다 쓰기 때문에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지 않으면 막기 어렵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토트넘 시절 동료였던 LA 주장 위고 요리스도 "수년간 손흥민과 매일 함께 훈련하고 같이 경기를 뛰면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그를 잘 안다. 손흥민은 어느 쪽 발이든 아무 상관이 없는 선수다. 그래서 뛰어난 개인 기록들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팀에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승리욕이 넘치는 게 보이고,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자극받는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포문을 연 손흥민은 25분 역습 상황에서 골키퍼까지 제치고 부앙가에게 패스를 내줘 추가골을 도왔다. LA는 43분 부앙가, 후반 추가시간 에보비세의 연속골로 전반 다니 페레이라가 한 골을 만회한 오스틴을 4대1로 대파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 42분 벤치로 물러난 손흥민은 에보비세의 추가골 상황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한 LA는 3전 2선승제로 펼쳐지는 이번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2전 전승을 질주하며 8강 티켓(서부 컨퍼런스 4강)을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A매치 데이 이후인 23일 밴쿠버 원정길에 올라 '바이에른 뮌헨 전설' 토마스 뮐러가 이끄는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단판으로 컨퍼런스 결승 티켓을 다툴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