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속 '하얀 거짓말' 포착 그림 인기
직장 상사 피하기·일단 분위기 맞추기 등
공감 얻으며 '좋아요' 수천~수만개씩 달려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 직장 상사랑 같이 가기 싫어 '들를 곳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피했는데 지하철역에서 하마터면 딱 마주칠 뻔했다. 잽싸게 모퉁이에 숨어 그가 못 본 채 지나가기만을 속으로 빈다. (인스타그램 '셀러리군은 샐러리맨'의 '같이 들렀다 가자고 하면 재앙이 시작')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하얀 거짓말'이나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포착한 한 컷 그림이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다.
간단한 그림 한 장이지만 '나만 그렇지 않구나'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높은 조회수를 낳는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까꿍'(@sally07065)은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사회생활 태도를 담은 그림을 지난 3월 올려 '좋아요' 약 9천 개를 받았다.
"원래 다 이런 것 아니겠냐"('str***'), "스스로를 보며 왜 이렇게 나는 이중적일까 생각했는데, 그림을 보며 둘 다 나라는 걸 알게 됐다"('dew***') 등의 댓글이 달렸다.
'셀러리군은 샐러리맨'(@celery.time)은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리맨'과 채소 '셀러리'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의인화된 셀러리의 직장생활을 표현한다.
지난 8월 올라온 '같이 들렀다 가자고 하면 재앙이 시작'은 조회수 70만여 회, '좋아요' 2만여 개를 기록했다. 그림 속 사자에 대해서는 직장 상사라고 소개돼 있다.
누리꾼들은 "난 그래서 정말로 올리브영 들른다"('hcc***')·"위로 올라가서 지하철 끝 칸으로 도망침"('jer***') 등 동행하기 싫은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군대 생활 관련 컷들도 호응을 얻는다.
같은 달 '짬트'(@zzamt_iger)가 '바쁜 척하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그림은 조회수 40만회와 '좋아요' 약 5천개를 기록했다. 일을 더 떠맡지 않기 위해 일종의 연기를 하는 경험담을 담았다. 이 그림에 깔린 배경음악은 그룹 '블랙핑크'의 '뛰어'.
'suh***'는 "그렇게까지 바쁘진 않아도 노닥거리는 줄 알 까봐 엑셀에 아무 말이나 쓰기도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가 하면 "일단 '중대장님이 불렀습니다'라며 용사들이 사라지는데, 난 힘든 일 안 시킨다"('ju_***') 등 군 간부 입장인 듯한 댓글도 있다.
또 '아기기니의 하루'(@guinea.ee)의 '다 티나'는 조회수 50만여회와 '좋아요' 2만3천여 개를 기록했다. '누가 나에게 3번이나 설명해줬지만 여전히 못 알아들어서 미소만 짓는다'는 설명이 사진 속에 있다.
여기에는 '설명한 거 물어볼까 초조한 웃음'('rip***')·'그런데 알고 보니 웃으면 안 되는 상황'('the***') 등의 댓글이 달렸다.
'휘혈'(@hwihyul)은 지난 7월 '보통의 인스타 맛집'을 게시해 조회수 7만회, '좋아요' 약 2천 개를 얻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생각으로 기다린 끝에 들어선 식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에도 일행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순간을 겉모습과 속마음으로 나눠 표현했다.
"일단 '긍정회로'(긍정적인 방향으로 합리화하기)를 돌린다"('rni***')·"스스로의 정신을 위해 맛있는 척해야 한다"('ski***') 등 '정신 승리'를 위해 자신을 속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달렸다.
낯선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거나 말을 걸기 힘들어하지만, 자리에 따라서는 일종의 '사회자' 역할을 맡아야 하는 이들의 고충도 있다.
'귄카'(gueencard)가 지난달 올린 '너네만 어색한 게 아니란다'는 식사 자리에서 연장자라는 이유로 합석자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내향인의 고충을 그렸다. 조회수 110만여회, '좋아요' 약 2만4천개를 기록했다.
'swa***'는 "말 거는 역할을 좋아하지만 반응을 안 해주면 나도 내향인이 된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j_t***'는 "후임이 들어올 때마다 힘들다"며 "일을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사석에서 스몰토크를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밥 먹는 속도가 50배는 빨라진다"('te***')·"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속으로는 비명을 질렀다"('lal***')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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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