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지난 1년간 한국영화의 성과가 총결산됐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매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로 호평을 받아왔던 청룡은 올해도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냈다.
올해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어쩔수가없다'였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박찬욱, 여우주연상 손예진, 남우조연상 이성민까지 핵심 부문을 휩쓸며 가장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남우주연상은 '하얼빈'의 현빈에게 돌아가며 배우부문에서 부부 동반 수상의 장면도 연출됐다. 청정원 인기스타상에서도 현빈과 손예진이 함께 호명되며 다시 한번 특별한 순간을 만들었다.
'어쩔수가없다'는 해고 위기에 놓인 가장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생존기를 블랙코미디와 휴먼 드라마의 결로 풀어낸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20년 동안 마음에 묻어 두었던 원작 영화화의 꿈을 실현하며 완성한 영화로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과 현실 풍자를 담아내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상은 박찬욱 감독에게 돌아갔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그는 이성민 배우를 통해 대리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 감독은 "20년 전부터 품어온 꿈이 이뤄진 결과다. 이 이야기를 한국영화로 만들 수 있어 뿌듯했다. 처음에는 단순 코믹하게 보였던 이야기가 되풀이될 때마다 복잡하고 비극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심사위원들이 그 점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해 작품에 담긴 의도를 설명했다.
남우주연상은 '하얼빈'의 현빈이 차지했다. 그는 "역사를 지켜야 한다는 무게감이 감당될까 두려워 출연을 고사했었다. 끝까지 이끌어준 감독님과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며 한국영화가 가진 가치와 책임감을 함께 언급했다.
여우주연상은 '어쩔수가없다'의 손예진에게 돌아갔다. 27세에 첫 청룡영화상 무대에 섰다는 손예진은 7년 만의 영화 복귀작으로 다시 한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손예진은 "수상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님과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옆에서 보며 많이 배웠다. 개인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지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깊어진 내면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조연 부문은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남우조연상은 '어쩔수가없다'에서 범모 역을 맡은 이성민에게 돌아갔다. 섬세한 생활연기와 감정선으로 극의 현실감을 살렸다는 평가와 함께 트로피를 품었다. 그는 "기대 안 했다. 손바닥에 불이 나게 박수만 치다 가곤 했다. 구범모 캐릭터를 만들어준 감독님 덕분"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여우조연상은 '히든페이스' 박지현이 수상했다. 그는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청룡에 처음 왔을 땐 선배님들 구경하느라 바빴는데 이렇게 상을 받아 축제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인상 부문에서는 새로운 얼굴들이 영화계의 미래를 증명했다.
신인남우상은 '악마가 이사왔다' 안보현이 수상했다. 안보현은 "참석만으로도 의미 있었다. 나를 빛내준 임윤아에게 고맙다. 오늘 아버지 생신인데 선물 받은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신인여우상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김도연이 차지했다. 아이돌 출신인 김도연은 "연기의 재미를 처음 알게 해준 분들께 감사하다. 막상 상을 받고 보니 이런 인정을 받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청정원 인기스타상은 박진영, 손예진, 임윤아, 현빈이 수상하며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얼굴들이 한 무대에서 조명을 받았다.
특히 현빈과 손예진은 부부로서 함께 호명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기도. 손예진은 "신랑과 함께 받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현빈 역시 "'사랑의 불시착' 이후 함께 무대에 서는 순간이 항상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제46회 청룡영화상은 2024년 10월 11일부터 2025년 10월 7일까지 개봉·공개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총 18개 부문 시상식을 진행하며 지난 1년 한국영화의 성과와 도약을 기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