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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라이너 감독 부부 살해한 친아들 체포..“아버지와 유대관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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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아람 기자] 할리우드의 거장 롭 라이너(78세)와 그의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68세)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닉 라이너(32)가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닉 라이너가 부모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그는 살인 혐의로 보석 없이 구금된 상태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에 따르면 롭 라이너 부부는 전날 오후 3시 30분쯤 로스앤젤레스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의 딸이 집에서 두 사람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날 밤, 닉 라이너가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의 자택에서 열린 연말 파티에서 아버지 롭 라이너와 말다툼을 벌였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닉 라이너는 10대 시절 심각한 마약 중독을 겪으며 재활 센터와 노숙 생활을 반복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15세 무렵부터 재활 치료를 받았으나, 시설 생활을 거부하며 거리로 나와 노숙을 택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약물 중독에서 회복한 그는 자신의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영화의 각본을 썼고, 이 작품은 아버지 롭 라이너가 연출을 맡아 2015년 개봉했다.

영화 작업을 계기로 두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며 유대감을 쌓았다고 알려졌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차라리 네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살아 있기만을 바란다"고 말하는 대사는 실제 부자 간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으로 전해진다. 닉 라이너는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기에는 아버지와 충분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헤로인을 끊게 된 계기에 대해 "그 삶에 질렸고, 나는 좋은 가정에서 자랐기에 거리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롭 라이너는 아들의 투쟁을 회상하며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말만 들었다. 그때는 아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줬어야 했다"고 후회 섞인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아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며 "그는 천재적이고 재능이 넘치는 사람으로,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함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근 사례는 약 3개월 전인 지난 9월 영화 '스파이널 탭2' 시사회였다.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할리우드는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배우 주이 디샤넬은 "가슴이 찢어진다. 그는 가장 따뜻하고, 가장 웃음 많고, 마음이 가장 넓은 사람이었다"며 "함께 일했던 시간과 그의 영화들은 내 삶을 형성했다"고 애도했다. 배우 샐리 스트러더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비극은 너무도 참혹하다"고 밝혔다. '프린세스 브라이드'에 출연한 감독 겸 배우 로빈 라이트는 "롭 라이너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사랑 많고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가 내 커리어에 남긴 영향은 평생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우 비올라 데이비스 역시 "그의 작품 세계와 신념, 그리고 영혼의 크기는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부부를 함께 추모했다.

롭 라이너는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를 통해 명성을 얻은 뒤 감독으로 전향해 많은 흥행작을 남겼다. 그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비롯해 '사랑에 눈뜰 때'(1985), '스탠 바이 미'(1986), '프린세스 브라이드'(1987), '미저리'(1990), '어 퓨 굿맨'(1992), '대통령의 연인'(1995),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