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 미묘한 연기…촬영 전 감독님과 몇 시간 토론"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대홍수로 인한 지구 최후의 날, 인공지능 연구소의 인력보안팀 요원 희조(박해수 분)는 침수돼가는 한 아파트를 찾는다.
그 아파트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인공지능 개발 책임자 안나(김다미)가 어린 아들과 사는 곳이고, 희조는 안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재난의 한가운데에서 희조는 출근을 한다. 인류의 미래가 달린 임무이기도 하지만, 안나가 과연 끝까지 아들 곁을 지키는지 지켜보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김병우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재난 상황에서 구조 대상자로 선정된 연구원 안나가 어린 아들 자인(권은성)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 영화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지는 경험을 한 희조는 안나가 자신의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희조를 연기한 배우 박해수는 "인류의 마지막 날 희조는 왜 굳이 자기 엄마와 같은 선택을 하는 (안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지, 그 마음이 궁금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며 "눈빛에서 나오는 미묘한 느낌을 찾아가려고 여러 번 촬영했고 감독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박해수는 감정의 흐름이나 인물의 의도 등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김 감독과 촬영 전 길게는 몇 시간에 걸쳐 토론했다.
그는 "감독님과 배우들이 장면별로 각자 의견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며 "대사 한 줄이라도 제가 이해를 덜 하고 촬영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일반적인 시나리오와 달리 '대홍수' 대본은 그의 도전 의식을 자극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각종 숫자로만 장면이 나뉘어 있었다.
박해수는 "대본 스타일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더 호기심이 생기고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구성이나 장면의 시작 등을 해독하는 느낌이었다. 어렵거나 난해하지는 않았고, 두 번 정도 읽으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박해수는 영화 '굿뉴스'와 드라마 '악연'·'자백의 대가'에 이어 '대홍수'로 올해만 네 편의 넷플릭스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그는 "3년 전부터 찍어온 작품들이 올해 다 공개됐다"며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있을 것이라는 염려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공개 시기는) 제 손을 떠난 일이고, 저는 제가 만나는 캐릭터들을 좀 더 섬세하게 세공하고 발전시켜 가며 제 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이후 넷플릭스로 공개된다는 점은 그가 출연 여부를 결정할 때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됐다.
박해수는 "우선은 (플랫폼보다) 작품을 보고 선택하지만, 넷플릭스로 공개되면 더 많은 시청자가 보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이 있는 것 같다. 작품을 잘 만들어서 한국 영화나 공연 등을 더 많은 분께 보여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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