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똑같은 카메라 앞인데...인생 대역전.
2019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후 난리가 났었다. 1차전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키움 송성문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한다고 하다 '오버'를 해버렸다. 상대 두산 선수들 기를 죽인다는 명목으로 '트래시 토크'를 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지나쳤다. 그런데 그 상대 조롱 영상이 퍼져버렸다. 두산팬을 넘어 모든 야구팬들이 격노했다.
2차전을 앞두고, 송성문은 2015년 데뷔 후 가장 많은 카메라 앞에 서야했다. 인생 최고의 스포트라이트인데, 내용은 최악이었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사과하기에 바빴다. 경기에 나가면 엄청난 야유를 들어야했다.
그리고 6년 후 12월23일. 송성문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잠도 깨지 않을 새벽 시간이었지만, 카메라들이 줄을 이었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람, 바로 송성문이었다. 송성문은 다소 긴장한 듯 했지만, 6년 전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힘차게 질문에 답을 했다.
그야말로 인생 대역전이다. 송성문이 메이저리거가 돼 돌아왔다. 송성문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제안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가, 최종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입국했다. 4년 최대 1500만달러 조건. 5년차 옵션까지 더해지면 총액은 2100만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주전 자리도 확실히 꿰차지 못하던 만년 유망주였다. 그 선수가 불과 두 시즌 만에 '폭풍 성장'을 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게 됐다는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이너 계약도 아니고, 메이저 계약이다. 물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빅리그 무대에서의 기회를 쉽게 얻기 힘들 수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트레이드 된다면 2루 주전 도약이 가능하고, FA 시장에 나간 루이스 아라에스의 대체자를 찾지 못한다면 크로넨워스가 1루로 가 2루가 빌 수도 있다. 또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처음 갔을 때처럼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낯선 무대 적응을 한 뒤, 1~2년 후부터 본격적인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 일단 미국 선수 중 흔치 않은 주력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있기에, 방망이에서 아주 부진하지만 않다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작은 작년 초 열린 서울시리즈였다. LA 다저스와 키움의 평가전. 사실 송성문은 경기 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경기에 나가려던 신인 이재상의 몸에 문제가 생겼고, 송성문이 기회를 얻었는데 그 경기에서 다저스 당시 마무리 에반 필립스를 강판시키는 그림같은 2루타를 때려내 전 세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가 나왔었는데 사실 기자회견장에 있던 그 누구도 송성문이 메이저리거가 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선수 본인조차.
이렇게 극적인 송성문의 메이저리그행 드라마.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벌써부터 결말이 궁금해진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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