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샤프' 김은중 감독과 수원FC의 동행이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수원FC 구단은 24일 김은중 감독과의 계약 종료를 공식발표했다. 김 감독이 2023년 12월 수원 지휘봉을 잡은 지 정확히 2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각자의 방향성과 향후 계획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은중 감독은 2024시즌부터 수원FC에 부임해 두 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K리그 감독으로서 데뷔 무대였던 2024시즌에는 K리그1 5위(15승 8무 15패)를 기록하며 파이널A에 진출했고, 2025시즌에는 K리그1 10위(11승 9무 18패)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김 감독과 수원의 계약기간은 내년 시즌 말까지였으나 '강등'이라는 최악의 국면에서 계약 해지에 상호합의했다.
선수 시절 날선 득점 감각과 영리한 플레이로 '샤프'라는 애칭과 함께 K리그 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김 감독은 2023년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깜짝 4강' 쾌거로 지도력을 검증받은 직후 수원FC에서 첫 프로 지휘봉을 잡았다. 준비된 젊은 감독답게 영민하고 세련된 전술, 선수 각각의 장점을 살려내는 맞춤형 전략과 리더십으로 부임 첫해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루고, 구단 역대 최고성적 동률인 5위에 오르며 K리그 대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안데르손, 정승원, 강상윤 등 공격수들의 '커리어하이'를 이끌어내고, 끈끈한 팀 컬러를 구축하며 수원 팬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2년 계약 연장 후 맞은 올 시즌 초반 안데르손 '이적 변수',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흔들렸지만 '샤프볼' 특유의 끈질긴 힘으로 버텼다. 강팀들을 괴롭히고, 첫해 '외국인 공격수' 안데르손을 '도움왕'으로 이끌었듯, 두 번째해 싸박을 리그 '득점왕'으로 키워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여름 이적 시장 안데르손 대신 윌리안, 안현범 등을 영입하고 연승가도를 달리며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과 함께 3전승한 7월 '이달의 감독'으로 선정되는 등 반등에 성공하며 강등권과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박빙의 스플릿리그, 반드시 잡아야할 승부처에서 지거나 비기며 분위기에 말리고 기회를 놓친 부분이 두고두고 뼈아팠다. 결국 정규리그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로 몰렸고, 시즌 마지막 경기, 예기치 못한 강등은 결정적 모멘텀이 됐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2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부천FC에 2연패하며 충격의 강등이 확정됐다. K리그1 10위 팀이 절대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안방에서 '샤프볼'의 마법을 믿었던 팬들에게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수원FC는 2021년 승격 후 5년 만에 다시 2부로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다.
강등 확정 직후 김 감독은 "반드시 다시 팀을 1부로 올려놓겠다"고 눈물로 약속했지만 이후 강문식 수원FC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전원이 사퇴하고 수원시 안팎에서 실망감과 책임론이 급부상하며 진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주간의 숙고끝에 김 감독은 23일 밤 잔여 연봉 등 계약해지 조건에 대해 구단과 전격 합의했고, 24일 결별이 공식화됐다.
다음 시즌, '수원 샤프볼' 시즌 3는 볼 수 없다. 강등의 악몽 속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지만 성공도, 실패도 '46세 대한민국 젊은 감독'에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첫 프로 사령탑으로서 김은중 감독이 K리그 팬들에게 보여준 지난 2년간의 인상적인 '샤프볼'은 프로 지도자로서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원FC는 24일 김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화하면서 "김은중 감독이 2년간 보여준 헌신과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조속히 새 감독을 선임해 2026시즌 운영 플랜과 선수단 구성을 정비하고, K리그1 무대로 복귀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중 감독은 수원 구단을 통해 팬들을 향한 마지막 작별 메시지를 남겼다. "수원FC와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감독으로서의 여정에는 늘 기쁨만 있지는 않았고, 때로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고 그간의 여정과 소회를 전했다. "언제나 팀을 믿고, 저를 믿어주신 구단 관계자 여러분, 묵묵히 현장을 지켜주신 코칭스태프 여러분, 함께 땀 흘리며 끝까지 싸워준 선수단, 그리고 늘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신 모든 팬 여러분 덕분에 끝까지 책임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깊이 감사드립니다"면서 "특히 수원FC의 서포터스 포트리스 여러분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언제나 변함없는 목소리로 팀을 응원해 주신 여러분의 존재는 선수단과 저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 열정과 진심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비록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수원FC의 감독으로서 책임을 맡고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 자체를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수원FC를 향한 응원의 뜻도 전했다. "앞으로 수원FC가 다시 팬 여러분의 기대와 사랑 속에서 더 많은 기쁨을 전하는 팀으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의 시간을 마음에 새기며, 제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