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3년 전이었다. 한국 축구는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실패했다. 카타르가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들을 설득했고, 2022년 FIFA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컵까지 연달아 개최하는 '머니 파워'를 과시했다. 야심차게 유치전에 뛰어든 대한축구협회(KFA)는 고개를 숙였다. KFA는 "순환 개최와 지역 균형 차원에서 봤을 때도 동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카타르가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우며 유치에 뛰어들면서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한민국은 2027년 아시안컵 유치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또 '오일머니'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치에 성공했다. 사우디는 2034년 월드컵도 개최한다.
서아시아로 기운 아시아 축구 '힘의 불균형'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대세를 거스를 순 없었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정몽규 KFA 회장은 올해 초 4선 도전에서 아시안컵 유치 공약을 다시 내걸었다. 4연임에 성공하자마자 첫 행보로 2031년 아시안컵 유치의향서를 AFC에 제출했다. KFA가 한 걸음 더 옮겼다. KFA는 29일 2031년에 이어 2035년 아시안컵 유치의향서도 AF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유가 있다. AFC는 2031년과 2035년 아시안컵 유치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됐다. KFA는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쿠웨이트,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도전장을 내민 2031년 대회에 이어 2035년 대회 또한 유치 신청하기로 결정하며 아시안컵 개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2031년 대회 유치를 희망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신청을 철회했다. UAE는 2019년 아시안컵을 개최했다. 중동에서 4회 연속 아시안컵을 개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중앙아시아 3개국은 첫 도전이지만 호주(2015년), 인도네시아(2007년), 쿠웨이트(1980년)는 한 차례 아시안컵을 유치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전이다. 기류도 바뀌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AFC 집행위원으로 재선출됐다. AFC 집행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AFC 시상식과 컨퍼런스를 동시에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KFA는 지난달 25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개최된 2025년도 제10차 이사회 및 제2차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2035년 아시안컵의 유치를 신청하기로 심의 의결했다.
KFA 관계자는 "두 대회의 동시 유치 신청을 통해 협회의 대회 유치에 대한 적극성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다른 개최 희망국들의 상황과 AFC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며, 개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인 유치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956년 창설된 아시안컵은 4년 마다 열리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축구 국가대항전이다. 총 24개국이 참가해 51경기를 펼친다. 그러나 아시아 강호 대한민국은 반세기 넘게 아시안컵에서 비켜있었다. 대회를 개최한 것은 1960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승도 제1, 2회 대회 이후 인연이 없었다. 이후 준우승만 4차례(1972년, 1980년, 1988년, 2015년) 기록했다. 2023년 대회에선 4강 진출에 만족했다.
KFA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 상위단체와 대회 유치를 위한 심도깊은 협의를 진행하며 유치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2031년과 2035년 아시안컵의 개최지는 2027년 상반기 AFC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