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선수 시절 '흙수저'였지만 최근 몇년 새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지도자로 급부상한 이정효 감독(51)이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2부에서 1부 승격을 바라는 수원 삼성은 지난해 12월 24일 이정효 감독 선임을 발표했고, 지난 2일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축구계는 이정효 감독과 수원 삼성 구단의 결합에 특히 주목한다. 이정효는 선수 시절 국가대표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그저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지도자로선 오랜 기간 숙성됐고, 광주FC에서 그 포텐을 터트렸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빼어난 전술 능력 그리고 최근엔 유연함까지 더하고 있다. 광주 구단을 이끌면서 1부 승격,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진출, 코리아컵 준우승 등의 업적을 남겼다. 수원 삼성은 전통의 명가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삼성이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시절, 수원 삼성은 모든 선수들이 가고 싶어하는 최고이자 최강의 클럽이었다. 여러 이유로 지금은 1부가 아닌 2부에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시 삼성그룹이 움직이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힘을 가진 클럽이다. 한마디로 성공한 흙수저의 아이콘(이정효)과 몰락한 축구 명가(수원삼성)가 손을 잡은 셈이다. 이 묘한 결합은 2026년 K리그를 뒤흔들 잠재 요소다.
이정효는 이번 이적을 앞두고 K리그 유수의 팀에서 수준 높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가 요구한 조건도 높았다. 높은 연봉, 그를 도와줄 사단과 함께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한 게 수원 삼성이다. 그 뒤에는 삼성그룹이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그룹 주변에서 나온다. 2016년 최순실 사태 이후 삼성그룹은 스포츠와 거리를 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프로야구(삼성 라이온즈)에는 지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프로축구도 하루 빨리 1부로 끌어올려 과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 상층부의 의지가 이번 이정효 영입에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또 하나 주목할 포인트는 이정효와 '그랑블루'의 시너지다. 이 감독은 열정적이다. 벤치에서 모든 걸 쏟아낸다. 때론 그 표현이 거칠어 선수를 다그쳐 보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서둘러 사과하는 유연성도 있다. 축구팬들은 이런 이정효에 빠져든다. 그가 축구에 진심이고, 과정과 결과를 모두 중시하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 서포터스 그랑블루는 K리그를 대표하는 팬클럽이다. 팀이 2부로 떨어졌지만 그들이 최근 보여준 충성심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K리그2 관중 동원의 키 플레이어가 그랑블루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정효 감독과 그랑블루의 결합은 거대한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K리그의 흥행 호재로 분명하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결국 이정효의 수원 삼성이 2026시즌 좋은 출발로 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를 내지 못하는 지도자는 구단과 팬들로부터 멀어지는게 프로무대다.
이정효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광주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수원 삼성이 원하는 1부 승격 그리고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도울 사단과 함께 움직였고, 또 그가 생각하는 '이기는 축구'를 위해 주요 선수들을 보강하고 있다. 그가 올해 보여줄 축구는 '재미있는 축구'가 아닌 승리하는 축구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이정효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그걸 극복해야 '흙수저의 시즌2'가 완성된다. '그가 얼마나 잘 할까'라며 지켜보는 이가 국내 축구계에 수두룩하다. 올해 수원 삼성만 1부로 올라가고 싶은 게 아니다. 죽기살기로 할 팀들이 수두룩하다. 이정효와 수원 삼성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 따가운 시선과 집중견제를 이겨내야 우리 축구계에 진정한 'K 무리뉴'가 탄생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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