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무조건 2인분은 해야해요. 그래야 마음 돌리시지 않을까요?"
'돌아온 풀백' 안태현(33)은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웠다. 이유가 있다. 2021년 12월 선택 때문이었다. 김천 상무에서 맹활약을 펼친 안태현은 많은 기대 속 부천FC로 돌아왔다. 김천에서 정상급 풀백으로 성장한 안태현은 딱 부러지는 활약으로 부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이어진 가운데, 안태현의 선택은 놀랍게도 제주SK였다.
알려진대로 부천과 제주는 '연고지' 악연으로 얽혀 있다. 제주가 2006년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탄생한 팀이 바로 지금의 부천이다. 팬들은 분노했다. 구단 사무실로 '역사를 잊은 구단에겐 팬도 미래도 없다'고 적힌 근조화환을 보냈다. 부천 구단은 이례적으로 구단 여건상 이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주는 트레이드 카드를 빼든 다른 팀과 달리 두둑한 이적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태현은 "부천을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주에서 세 시즌간 활약을 마친 안태현은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는 안태현을 향해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그의 선택은 부천 복귀였다. '임대생' 장시영이 울산HD로 복귀하며 풀백을 찾은 이영민 감독은 안태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안태현은 고민 끝에 부천을 택했다. 부천→제주→부천으로 이어지는 역대급 커리어가 완성됐다.
부천이 동계훈련지인 태국으로 떠나기 전 만난 안태현은 "(선택이) 쉽지 않았다. 나도, 팬들도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부천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갖고 있었다. 고민이 컸지만, 나를 불러준게 부천이어서, 이영민 감독이어서, 그래서 어렵지만 결정을 했다"고 했다.
안태현은 부천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보는데 소름이 돋았다. 상대를 압도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내가 있을때보다 부천이 훨씬 성장했더라"고 감탄했다. 이어 "분위기나 라커룸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라고 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안태현은 부천 팬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그는 "부천팬들을 만나면 움추릴 것 같다. 그만큼 죄송한 마음이 크다. 반갑게 인사드릴 상황이 아니라, 고개 숙이며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럴수록 의지는 타오른다. 안태현은 "2인분은 해야 한다. 1.5인분도 안된다. 그런 각오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안태현은 부천의 잔류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내가 이룬 것은 아니지만 부천에 있을때 항상 상상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K리그1에서 강팀을 상대하면 감격스러울 것 같다"며 "K리그1이라고 쫄거 없다. K리그2도 K리그1 못지 않게 치열한데 부천은 이를 뚫고 올라온 팀이다. 어린 선수들이 과감하게, 자신있게 한다면 분명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국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