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영국 북서부 맨체스터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진 인구 5만명의 소도시 매클즈필드가 10일(현지시각) 광란의 도가니로 돌변했다. 연고 축구팀 매클즈필드FC의 홈 구장 모스 로즈(수용 약 5900명)에 모든 관중이 쏟아져 내려왔다. 승리한 선수들을 껴안고 함께 기쁨을 나눴다. 승리의 주역 폴 도슨과 루크 더피를 들어 올려 개선장군처럼 대우해 줬다. 승리의 열기는 구장 밖으로 이어졌다. 도시 전체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기쁨에 휩싸였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가하는 잉글랜드 FA컵에서 역대급 대이변이 터졌다. 6부 리그 중하위팀 매클즈필드가 디펜딩 챔피언 1부팀 크리스털 팰리스를 물리치는 대반란을 일으켰다. 파트 타임 선수들이 거둔 역사적인 승리에 영국 BBC 등 다수의 매체들은 대서특필했다. 또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 축구 스타 웨인 루니의 다섯 살 아래 친동생 존 루니였다. 해설가로 현장을 찾은 형 웨인은 동생 존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매클즈필드는 잉글랜드 '내셔널리그 노스(6부)' 소속으로 11일 현재 24개팀 중 14위다. 1부 13위인 팰리스와는 순위로 117계단 차이다. FA컵 역사상 '언더독'이 극복한 가장 큰 격차다. 매클즈필드는 팰리스와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에서 2대1 승리, 32강에 올랐다. 주장 도슨이 전반 43분 프리킥 상황에서 헤더 선제골, 아이작 버클리-리케츠가 후반 16분 결승골을 터트렸다.
매클즈필드FC는 미지급 부채로 인해 2020년 전신 매클즈필드 타운이 해체된 후 한 달여 만에 재창단된 팀이다. 9부에서부터 다시 시작했고, 빠르게 6부까지 올라왔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 6부에서 고전 중이다. 현재 이 팀의 선수들은 축구만 전업할 수 없다. 대신 파트 타임 계약을 맺고, 주 2~3회 팀 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한다. 팀내 최다 득점자 다니엘 앨리엇은 부동산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수비수 루이스 펜섬은 체육관을 경영한다. 도슨과 미드필더 더피는 파트 타임 코치다. 수비수 샘 히스콧은 학교에서 일한다. 이 외 팟캐스터,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이런 '흙수저'들이 연봉 수십억원을 받는 프로선수들을 잡는 '자이언트 킬링'의 대역사를 쓴 것이다. 팰리스는 2024~2025시즌 창단 120년 만에 첫 FA컵을 제패했지만, 이번 시즌 고전 중이다. 노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