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호의 기둥은 누가 뭐래도 유럽파다. 이들의 활약 여하에 따라 2026년 북중미월드컵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일 공격 포인트 소식을 전해오는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맹활약은 반갑다. 전반기 부상 등을 이유로 다소 부침이 있었던 이들은 최근 들어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컨디션 유지를 월드컵 전 최우선 과제라고 한 홍 감독도 미소를 지을만 하다.
펄펄 날고 있는 유럽파, 그 속에 눈여겨 볼 포인트가 있다. 포지션 변화다.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유럽파 중 가장 뜨거운 발끝을 자랑하는 '황소' 황희찬(울버햄튼)과 '양스타' 양현준(셀틱)이 대표적이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레전드' 데이브 에드워즈로부터 "최근 몇년간 황희찬 중 가장 좋은 버전"이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 3경기서 1골-2도움을 기록 중인 황희찬은 '커리어 하이'를 썼던 2023~2024시즌 이후 처음으로 7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성공했다.
달라진 황희찬의 비밀은 '중앙'이다. 새롭게 부임한 롭 에드워즈 감독은 황희찬을 측면에서 중앙으로 옮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스트라이커로 나선 황희찬은 수비 부담을 던 채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 BBC는 '황희찬이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며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몰리뉴 뉴스도 '황희찬은 측면 보다 중앙에서 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는 자기 진영이 아닌 상대 진영에 있어야 하는 선수'라고 했다.
양현준도 포지션 변경 후 살아났다. 브렌던 로저스 감독 체제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양현준은 스리백을 쓰는 윌프리드 낭시 감독 부임 후 윙백으로 변신했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양현준은 윙백 자리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드리블을 선보였다. 오른쪽 뿐만 아니라 왼쪽 윙백으로도 뛰었다. 장기를 발휘하며 흐름을 탄 양현준은 결정력까지 살아나며,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마틴 오닐 감독 부임 후에는 다시 윙어로 돌아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독일에서 뛰는 두 국가대표의 포지션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언성 히어로' 이재성(마인츠)은 휴식기 후 치른 첫 경기였던 우니온 베를린전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나섰다. 3-4-2-1의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던 이재성은 이날 3-5-2의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왼쪽에서 뛰었다. 사실상 '메짤라'였다. 메짤라는 '반(Mezzo)'과 '날개(Ala)'를 합친 이탈리아어로 미드필더와 윙어의 역할을 반반씩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재성은 이 역할도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재성은 환상적인 스루패스로 도움을 기록하는 등 마인츠가 이날 넣은 두 골에 모두 기여했다.
첫 해외 태생 혼혈 국가대표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드바흐)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카스트로프는 휴식기 전 치른 경기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휴식기 후에는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섰다. 오히려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로는 거의 기용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지며, 홍명보호의 플랜A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홍 감독은 아직 포백과 스리백 중 메인 전술을 결정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선수 구성상 포백이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스리백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변수가 생겼다. 스리백 활용시 가장 큰 고민은 윙백이었는데, 양현준과 옌스의 변신으로 생각치도 못한 해법이 생기는 모습이다. 홍 감독은 윙어형 윙백을 찾기 위해 여러차례 실험을 거듭했는데, 양현준은 여기에 완벽히 부합하는 카드다. 황희찬도 최근 3-5-2의 투톱으로 활약 중이고, 이재성도 황인범(페예노르트) 외에 믿을만한 중앙 미드필더가 없는 가운데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오히려 스리백이 더 좋을수도 있는 최근 기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