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4년 6월이었다.
그 해 4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충격패를 당하며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대한축구협회(KFA)는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이원화'였다. 헌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의 분리 운영이 아니었다. 한 명의 감독이 총괄적으로 이끌돼, 아시안게임 코치와 올림픽 코치를 별도로 두는 방안을 택했다. 원래 운영 방식과 큰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에도, KFA는 병역 혜택에 따른 아시안게임의 중요성과 연계성, 업무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꼽으며 원안을 밀어붙였다.
KFA의 선택은 결국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졸전의 씨앗이 됐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최악의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지난 몇년간 여러 구설에 올랐던 한국축구는 월드컵의 해 반등을 노렸지만, 새해 첫 테이프를 끊은 이민성호의 부진으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민성호의 경기력은 처참할 정도다. 졸전 끝에 이란과 0대0으로 비겼고, 두번이나 리드를 내준 끝에 레바논에 가까스로 4대2 역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최종전은 말그대로 참패였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 8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U-23 대표팀은 2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0대2로 패했다. 특히 투지, 집념이 실종된 모습에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은 같은 시각 레바논이 이란을 1대0으로 잡아준 덕분에 어부지리로 8강에 올랐다. 8강 진출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1차 책임은 이 감독에 있다. 이 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무색 무취 전술까지, 부임 후 줄곧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 출범 후 치른 13경기에서 단 6승(2무5패)에 그쳤다. 아무리 아시아가 상향 평준화 됐다 하더라도 아쉬운 결과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한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플랜은 물론 대응까지 좋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단단한 전술과 탁월한 용병술로 베트남 축구 역사상 U-23 아시안컵 첫 조별리그 3전승을 이끈 김상식 베트남 감독과 비교되며, 이 감독의 용병술 부재는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부진을 모두 이 감독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애초부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감독은 2025년 5월 지휘봉을 잡았다. 황선홍 감독이 물러난 후 1년여만의 선임이었다. 선임도 늦었는데, 부임한 이 감독은 곧바로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정확히는 아시안게임이었다. 이 감독은 아예 이번 대회에 나서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전초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 감독이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중간 평가를 받는만큼 당연한 선택이었다.
결국 이 감독은 첫 소집부터 U-23 선수들을 불러야 했다. 이민성호의 출발은 아시안게임 상비군 형태가 돼버렸다. 하지만 와일드 카드에 해외파, 여기에 부상자들까지 합류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정작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 중 아시안게임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많아야 3~4명 정도다. 이 3~4명 선발을 위해 사실상 대회 하나를 투자한 셈이다. 지금껏 아시안게임 전 치렀던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모두 부진했던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시즌이 끝난 후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동기부여까지 떨어지니, 좋은 성적을 낼리 만무했다.
일본이나 우즈벡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이번 대회를 올림픽을 위한 준비 무대로 삼아야 했다. 4년 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장기 비전을 보여야 했다. 사실 아시안게임은 선수들이 병역 면제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갖고 출발하는만큼, 짧은 준비 기간으로도 충분하다. 팀도 새롭게 꾸려진다. 한시적인 '특별팀' 개념으로 가도 된다. 어차피 어린 선수들의 조기 상무 입대로 군문제 리스크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KFA가 2024년 결정한 어설픈 이원화로 올림픽 준비도 늦어지고, U-23 아시안컵에서 참패를 당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됐다. 새로운 황금세대를 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올림픽이다. 이민성호에는 아시안게임 코치만 있고, 올림픽 코치는 아직도 없다. 올림픽 준비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본선 실패 후 "지금 연령대 대표팀의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된다. 2년여 기간 동안 현재 시스템이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느꼈다"며 "연령대 대표팀이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서 감독 수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막상 올림픽 대표팀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모두가 공감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또 한번의 참사가 반복됐을 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