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왜 안 돼요?"
은퇴를 선언해도 레전드는 레전드다. LA 다저스 역대급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현역 복귀 선언은 아니다. 미국 대표로 오는 3월 열리는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다. '선수' 커쇼를 진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미국 야구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각) '커쇼가 2026년 WBC에 미국 대표로 나선다'고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엔트리 한 자리를 내주는 파격적인 선택이기 때문.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이 커쇼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우승을 목표로 드림팀을 꾸린 미국은 커쇼를 발탁해 낭만까지 챙겼다.
커쇼는 발표 직후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국가대표가) 왜 안 되나? 열흘 동안 뛸 수 있을 만큼 현재 공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에는 투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WBC에 도전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진심으로 대표팀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커쇼는 2006년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돼 2008년 빅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18시즌 동안 원클럽맨으로 뛰었다. 통산 455경기(선발 451경기)에 등판해 223승96패, 2855⅓이닝, 3052탈삼진,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한 역대급 왼손 에이스다. 2014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다. 통산 3차례 사이영상을 수상, 11차례 올스타로 선정됐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2개를 품었다. 명예의 전당 헌액 확률 100%다.
WBC 출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커쇼는 대회 기간 몸 상태가 좋은 느낌을 받아도 현역 은퇴를 번복할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커쇼는 2023년 WBC에도 출전하려다 선수 보험 문제로 불발됐는데, 그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달랠 예정이다.
커쇼는 "더는 선수로 뛰지 않을 것이다. 100%다. 한 시즌 더 선수 생활을 연장할 일은 없다. 마무리를 정말 잘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다시는 마운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실 미국 선발 로테이션에 커쇼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양대리그 사이영상 듀오 좌완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과 우완 폴 스킨스(피츠버그)가 원투펀치로 나서고,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로건 웹과 미네소타 선발투수 조 라이언, 메츠 선발투수 클레이 홈스까지 5자리가 꽉 찼다.
커쇼는 지난해 다저스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면서 포스트시즌에 불펜으로 이동했다. 대표팀에서도 불펜으로 등판할 전망이다. 커쇼의 구위에 의존하기 보다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 더 클 듯하다.
2023년 우승팀 일본은 올해도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앞세워 정상을 노린다. 다만 오타니는 커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커쇼가 오타니를 잡는 스페셜리스트로 나설 가능성도 있을까.
커쇼는 "내가 중요한 경기에서 오타니를 상대로 투구하진 않을 것 같다. 지금 바로 말해 주겠다. 지금은 오타니가 내게 큰 타격을 입힐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WBC를 마치고 커쇼가 은퇴 후 본격적으로 어떤 삶을 살지는 아직도 불확실하다.
디애슬레틱은 '커쇼의 아내 엘렌은 지난해 12월 다섯째 딸 클로이를 출산했다. NBC(미국 스포츠 방송사)에서 다가올 시즌 야구 중계 때 커쇼를 애널리스트로 기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부문 사장은 커쇼가 구단에 머물면서 고문 역할을 해주길 부탁하기도 했다. 커쇼는 어떤 임무를 맡을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커쇼는 건강하고 멘탈적으로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커리어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는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끝낼 수 있다는 게 동화 같다고 느꼈다. 말 그대로 더는 바랄 게 없었다. 정말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놀라운 시간이었고, 정말 좋았다. 다시는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될 만큼 평화롭다"고 이야기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