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월드시리즈 우승 투수 소시지 마스터 되다."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18일(한국시각) 김병현을 심층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다. 주제는 야구가 아닌 소시지였다. 최근 김병현이 서울 용산에 독일 소시지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MLB.com 기자가 방문한 것.
MLB.com은 '김병현은 과거 특이한 잠수함 투구폼 덕분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제 전직 빅리거인 그는 다른 이유로 눈에 띈다. 월드시리즈 우승자이자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한국인인 김병현은 이제 서울 용산에서 독일식 소시지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이어 '김병현은 검은색 후드티에 초록색 군용 소재의 바지를 쿨하게 매치해 입고 최근 그의 레스토랑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로 시작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담근 김치와 대적할 유일한 요리인 슈바인스학세를 대접했다. 속살은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고, 껍질은 바삭하게 맛있는 족발 요리'라고 덧붙였다.
김병현은 "처음 슈바인스학세를 먹었을 때 겉의 바삭한 식감과 속은 육즙이 풍부해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었다. 한국은 치킨으로 유명하지만, 슈바인스학세는 다른 차원이었다. 내 인생을 바꾼 음식"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병현은 20살이었던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2007년까지 9시즌을 버텼다. 애리조나와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등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94경기(마무리 194경기) 54승60패, 86세이브, 841이닝, 806삼진, 평균자책점 4.42다. 2001년 애리조나, 2004년 보스턴에서 2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야구 레전드로 남을 투수는 왜 유니폼을 벗고 불펜이 아닌 주방으로 향했을까. 김병현은 1995년 미국 보스턴 외곽에서 열린 U-18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을 당시 햄버거 전문점인 '버거킹'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김병현은 "처음 버거킹을 경험했을 때 지금까지 내가 먹은 햄버거는 햄버거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진짜 햄버거였다. 내 관점을 바꾼 계기였다. 콜라도 감자튀김도 모든 게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살아가면서 계속 품고 있던 이 기억은 김병현이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할 때 다시 선명해졌다.
김병현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 오면 내가 추전하는 식당에 데리고 가곤 했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기쁜 표정을 지켜봤다. 모든 일은 여기서 시작됐다"고 했다.
김병현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일식점 3곳을 차렸고, 지금은 한 곳만 운영하고 있다. 10대 김병현을 감탄하게 했던 햄버거도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냈다. 고척스카이돔과 창원NC파크에 2곳에 매장이 있다.
김병현은 "분명 야구는 내 삶의 전부였다. 어릴 때는 내 열정이었고, 성공도 했다. 하지만 투수로 커리어가 끝나고 나니 약간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요식업에 빠져들어 정말 내 열정을 쏟았다"고 이야기했다.
독일식 소시지 가게도 그냥 시작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1호 육가공 장인인 임성천 씨를 찾아가 배웠다. 1년 정도 임 씨에게 소시지 만드는 과정을 익혔고, 2023년 3월 임 씨가 별세한 뒤에는 그의 아들 임형진 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병현의 다음 꿈은 한국에 소시지를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김병현은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햄이나 소시지를 떠올렸을 때 가공육이라 생각하고, 보통 몸에 좋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고, 소시지도 꽤 건강하고 영양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반 소시지보다 지방이 적고, 우리는 천연 재료를 98% 쓴다. 훨씬 더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 요즘 K-음식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기에 지금을 일종의 진입 시점으로 보고 있다"며 단순히 취미로 시작한 일이 아닌, 진심임을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