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병원에서 적절하게 쓰였는지 확인하고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새로운 수장을 뽑는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현 강중구 원장의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보건의료계의 시선은 누가 차기 '진료비 심사의 파수꾼'이 될지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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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새 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구성을 의결했다. 이는 오는 3월 13일 임기가 끝나는 강중구 원장의 후임을 선발하기 위한 첫 번째 공식 행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원장직뿐만 아니라 현재 비어있는 상임이사 두 자리를 채우기 위한 임추위 구성도 함께 처리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모집 공고가 게시되고 서류와 면접 등 본격적인 선발 절차가 이뤄질 전망이다.
심평원장은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진료비 청구 건을 심사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조직의 정점이다. 의료계와 국민(가입자)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벌써 10여 명의 쟁쟁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크게 의사 출신 전문가와 행정 경험을 갖춘 관료 출신으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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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이다. 공공의료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조 원장은 과거 장관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인지도가 높고 현장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는 윤석준 고려대 교수가 꼽힌다. 윤 교수는 심평원 기획상임이사와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역임해 업무 연속성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현재 본인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들도 눈에 띈다. 경기도의사회장을 지낸 조인성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과 하종원 전 신촌세브란스병원장 등 대학병원장 출신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도 전문적인 행정 능력을 앞세워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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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장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권위를 누리는 곳이 아니다.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가 의학적으로 타당한지, 과잉 진료는 없는지를 가려내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최근 필수의료 위기와 건강보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차기 수장은 전문성과 함께 공정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권을 쥔 청와대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실세형 인사가 올지, 혹은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무형 인사가 발탁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누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이다"라며 "정치적 보은 인사가 아닌 철저한 검증을 통한 적임자 선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