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BO가 파격 결단을 내렸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앞으로 WBC에서 8강만 가도 포상금을 지급한다. 무려 4억원이다.
KBO는 29일 제1차 실행위원회 결과를 알렸다. 최저연봉 인상, 소속선수 정원 증원, 외국 진출 선수에 대한 특례 대상 확대 등이 포함됐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개정안이었다.
KBO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단의 사기와 집중도를 높이는 등 동기부여를 위해 선수단 승리수당, 포상금 추가 지급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WBC 8강 진출 시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2026년 WBC부터 4억원의 포상금이 신설됐다. 또한 4강 진출 시 기존 포상금 3억원에서 6억원, 준우승 시 7억원에서 8억원, 우승 시 10억원에서 12억원으로 포상금이 증액됐다. 포상금은 최종 성적 기준으로 한 차례만 지급된다.
KBO가 이번 WBC 1라운드 통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한국은 WBC에서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의 영광 이후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2013년 첫 1라운드 탈락 때는 일시적 부진 정도로 진단하고 넘어갔지만, 2023년 대회까지 10년째 부진이 이어지자 큰 충격에 빠졌다. 2023년 대회에는 그동안 야구 변방국으로 분류됐던 호주에 무릎을 꿇으면서 더는 '우물 안 개구리'여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KBO는 대표팀 개혁을 준비하면서 일본 야구국가대표팀을 롤모델로 삼았다. 일본은 2011년 대표팀 상설화와 전임감독제를 합의하고, 2012년 '사무라이 재팬 프로젝트 위윈회'를 설립해 지금의 대표팀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3년 11월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전임 사령탑을 맡으면서 '사무라이 재팬'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대표팀을 수시로 소집하고, 시즌 전후 여러 차례 평가전으로 손발을 맞추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10년 뒤 2023년 WBC에서 일본은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앞세워 전승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쓴다.
한국은 2026년 WBC 반등을 목표로 2023년 7월부터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동열 감독, 2020 도쿄올림픽 김경문 감독 이후 2년 만에 전임 감독제 부활을 선언했고, 20대 초중반 유망주들 위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또 국제대회에 임박해서 국가대표를 잠깐 소집했던 과거와 달리 특정 대회가 없어도 해외팀과 평가전 및 교류전을 개최해 꾸준히 대표팀을 소집해 운영하기로 했다. 사실상 첫 움직임이 지난해 11월 체코, 일본과 평가전이었다.
대표팀 간판 스타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우리는 국제대회가 있으면 그때만 소집하는데 일본은 매년 한다고 들었다. KBO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친선경기에서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록 이정후는 메이저리거가 되면서 평가전 소집까지는 어려워졌지만, KBO리그 선수들에게 꾸준히 긴장감을 불어넣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KBO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포상 규모를 키웠다. 포상이 단순 목표가 되지는 않겠지만, 8강만 진출해도 4억원을 안겨 줄 테니 제발 한고비만 넘겨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월 선임, 이번 WBC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KBO리그 현장을 주기적으로 찾아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데 집중했다. 1월 초부터 대표팀을 소집, 사이판에서 캠프를 진행하며 3월에 맞춰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대표팀은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진행하고, 3월 2~3일은 오사카로 이동해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 오릭스 버팔로스와 연습경기를 치른다. 3월 4일부터는 대회가 열리는 도쿄로 이동해 5일 도쿄돔에서 체코와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체코, 일본, 대만, 호주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최약체 체코를 제외하면 만만한 상대가 없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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