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이탈리아)=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최민정(28·성남시청)으로 시작해, 최민정으로 끝났다. '쇼트트랙 여제'는 불세출의 기록과 함께 올림픽 무대에 작별을 고했다.
8년 전 평창올림픽에 처음 등장했던 '신동'은 2022년 베이징을 거쳐,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도달했다. 시작부터 최민정이었다. 세 번째 올림픽,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컸다.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강철 체력과 폭발적인 스퍼트, 압도적인 기량으로 올림픽 무대를 뒤흔든 '에이스', 최민정이라는 이름의 무게였다.
한국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 동계올림픽 최초 단일 종목 3연패 등 엄청난 기록들이 걸려있었다. 최민정 스스로도 대회의 의미를 "도전"이라고 밝혔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첫 종목 혼성계주부터 불의의 충돌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민정은 선수들을 다독였다. 베테랑으로서 2022년 베이징의 교훈을 되새김질하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최민정의 리더십으로 다시 뭉쳤다. 선수들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메달 레이스를 이어갔다.
'신화'를 썼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에서 평창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길리(22·성남시청) 노도희(31·화성시청), 이소연(33·스포츠토토) 심석희(29·서울시청)와 완벽한 호흡으로 금빛 질주를 합작했다. 21일(한국시각) 대회 마지막 쇼트트랙 경기인 여자 1500m에서 김길리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추가했다. 한국 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을 제치고 동·하계 통틀어 올림픽 최다 메달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모든 걸 쏟았기에, 올림픽 무대에 작별을 고했다. 정상의 자리, 최고의 순간에서 내려오길 택했다. 빙판 위의 '얼음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과 달랐다. 1500m 은메달로 밀라노 여정을 마친 최민정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임을 알고 있기에 참을 수 없었다. 최민정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많이 난다"며 "마지막인 것 같다. 이번 시즌 준비하면서 아픈 곳도 많았고, 여러 가지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다.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기 끝나고 나서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오륜기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 최민정에게 헌사도 쏟아졌다. 최민정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떠오른 김길리(성남시청)는 "(최)민정이 언니가 올 시즌 팀 전체 주장으로 정말 많이 고생했다. 진짜 너무 수고가 많았다. 언니랑 이런 큰 무대, 올림픽에서 같이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으로 긴 시간 의기투합하지 못했던 심석희(서울시청)도 입을 열었다. 둘은 여자 3000m 계주 정상 탈환을 위해 힘을 합쳤고, 금메달을 따냈다. 심석희는 "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많이 힘들고 불편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까지 많이 노력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포디움을 수놓았던 '여제'의 질주는 막을 내렸다. 선수는 빙판을 떠나지만, 기록은 얼음 위에 새겨졌다. 최민정이 걸어온 밀라노까지의 여정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영원히 남을 환희다.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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