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피로 아닌 한걸음 쌓아올린 경험일 뿐이다. 적어도 KT 위즈 고영표-소형준에겐 그렇다.
144경기 기나긴 시즌을 치루는 야구 특성상 컨디션 관리 비법도 가지가지다.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을 일단 떨어뜨렸다가 천천히 끌어올리는 선수도 있고, 좋은 컨디션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는 경우도 있다.
일단 WBC 듀오의 선택은 후자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K베이스볼시리즈를 치렀고, 올해 1월 대표팀 캠프를 통해 빠르게 시즌을 시작해 도파민 터지는 국제대회 무대까지 다녀왔다.
3년전 복수를 다짐했던 고영표는 다소 아쉬웠다. 일본전에 선발등판했지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에게 잇따라 홈런을 허용하며 2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도미니카전에도 등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소형준은 극과 극을 오갔다. WBC 체코전에 선발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고, 호주전에는 3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대표팀 승리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도미니카전 막판 오스틴 웰스에게 0대10 콜드게임을 확정짓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시즌이 끝난 뒤 쉴 시간이 부족했다. 3월에 열리는 대회 특성상 일찌감치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선발로 잔뼈가 굵은 두 사람답게 몸관리도 일류다.
우려했던 WBC 후유증은 없었다. 고영표는 20일 키움 히어로즈전, 소형준은 21일 NC 다이노스전에 각각 선발등판해 나란히 4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세부 기록도 훌륭하다. 고영표는 그답게 안타 2개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으며 4사구 하나 없이 13타자로 4이닝을 책임졌다. 투구수는 57개. 매년 20개 안팎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책임지는 '고퀄스'다운 시범경기 스타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 미만이지만, 직구 컷패스트볼 체인지업에 더 느린 커브까지 섞인 정교한 제구와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소형준 역시 최고 150㎞ 직구에 투심-컷패스트볼-체인지업까지 섞어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2안타 2볼넷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삼진을 7개나 솎아내며 고비 때마다 NC 타선을 돌려세웠다. 특히 NC 박민우의 2루타로 시작된 4회초 수비에선 박건우 데이비슨 이우성을 잇따라 삼진으로 잡아내는 무게감이 인상적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타선이 4~5점만 내주면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하는 막강 선발진의 중심축이다.
그런데 다른 쪽이 문제다. 지난해 '아는 맛' 3인방(쿠에바스-헤이수스-로하스)을 택했다 가을야구 실패를 맛본 KT는 올해 이를 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나섰다.
맷 사우어-케일럽 보쉴리-샘 힐리어드 모두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특히 보쉴리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5경기 43⅓이닝, 사우어는 LA 다저스에서 10경기 29⅔이닝을 소화했다.
시범경기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타율 2할을 밑도는 힐리어드도 그렇지만, 사우어와 보쉴리도 아직까진 아쉽다.
보쉴리는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근방에 전개할 수 있는 날카로운 제구력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투수. 직구-컷패스트볼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던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⅔이닝 5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19일 키움전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키움 이주형에게 2루타-홈런을 허용하는 등 아쉬운 느낌도 남았다. 스프링캠프 당시 타이밍에 맞게 자기 구속을 끌어올리고, 완벽한 제구력을 과시해 "성공할 수밖에 없는 투수, KBO리그 최적화"라는 이강철 감독의 찬사를 받았던 모습이 나와줘야한다.
사우어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생각보다 몸이 조금씩 늦게 올라와 이강철 감독의 애를 태웠다. 사우어는 27세 젊은 나이의 구위형 투수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가 코디 폰세라는 압도적인 에이스를 중심으로 도약했듯, 보쉴리가 안정감을 잡아준다면 사우어는 압도적인 맛을 보여줘야하는 입장.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냈지만, 5실점하며 부진했다. 한준수와 나성범에게 홈런을 허용한 점도 눈에 띈다.
KT는 사실상 2년차 타자인 안현민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상황. 막강한 선발진이 시즌 전반을 이끌어줘야한다. KT는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우승후보'로 평가가 올라간 모양새. 또한번의 '강철매직'을 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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