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식 외교 관계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지난해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 역시 릴, 아비뇽, 몽펠리에, 낭트, 스트라스부르 등 10여 개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예정돼 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릴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TV 시리즈 페스티벌 '시리즈 마니아'에는 한국이 포럼 부문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7월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해 한국 공연과 문학을 소개할 예정이다. 국립 기메동양박물관에서도 '케이뷰티', 천년 고도 신라 등 한국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연중 이어진다.
한국에서도 기념행사가 줄을 잇는다.
6월 4일 덕수궁에서는 기념식이 열리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무대에 오른다. 같은 시기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는 퐁피두센터 분관이 문을 연다. 문학과 음악, 전시를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배우 전지현과 스트레이 키즈의 필릭스는 수교 140주년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념행사가 곧 관계의 내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교는 상징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전략, 그리고 지속적인 협력의 축적 위에서 형성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프 관계를 돌아보면, 그 밀도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양국은 아직 서로를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듯하다.
한국은 안보와 경제라는 구조적 이유로 미국, 중국, 일본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 왔고, 그 결과 유럽의 한 축인 프랑스는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 역시 한국을 중요한 아시아 파트너로 평가하면서도, 외교·안보·경제 측면에서는 일본이나 중국, 인도와의 협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일·방한 일정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뒤, 2일부터 3일까지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일본 체류 일정이 더 긴 것은 양국 관계의 상대적 비중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프랑스가 의장국을 맡은 G7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비슷한 온도 차가 읽힌다. 파리 근교에서 26∼27일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 우크라이나가 초청됐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각국과 양자 회담을 진행할 예정인데, G7 회원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에는 각각 30분을 배정한 반면 한국과 브라질에는 20분을 할애했다.
문제는 이런 거리감이 프랑스의 태도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역시 프랑스를 대하는 데 있어 그만큼의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수교 14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총괄해야 할 주프랑스 한국 대사 자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장기간 공석 상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임 정부가 임명한 대사를 소환한 뒤 아직 후임을 임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교 140주년을 축하하는 각종 기념행사는 오히려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고 있는가.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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