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보스니아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사수올로)는 대표팀의 기적같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마음놓고 웃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보스니아는 지난 1일(한국시각) 보스니아 제니차의 빌리노 폴리에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PO) A조 결승에서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1로 승리하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12년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국이 축제 분위기다.
이날 연장 포함 120분간 맹활약한 무하레모비치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보스니아 대표팀 일원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건 우리 모두의 가장 큰 꿈이었다"라고 들뜬 소감을 남겼다.
반면 월드컵 4회 우승국 이탈리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2014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역대급 굴욕'을 겪었다. 파비오 카펠로 전 이탈리아 감독은 "밤새 잠을 못 잤다. 믿기지 않는다. 우린 4번 세계를 제패한 팀이다. 이건 비극이요, 치욕이다.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무하레모비치는 동료 수비수 시드 콜라시냑(아탈란타)과 함께 '유이'하게 세리에A에서 활약하는 보스니아 국대다. 무하레모비치는 유벤투스에서 성장해 지난 2024년부터 사수올로 주력 수비수로 뛰고 있다. 올 시즌 빼어난 활약으로 인터밀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이후 최악의 분위기에서 소속팀에 복귀해 이탈리아 축구팬 앞에서 세리에A 경기를 뛰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시킨 '골든골'을 넣은 안정환과 엇비슷한 상황이다. 안정환은 당시 소속팀인 페루자(이탈리아)로 돌아가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당시 페루자 구단주는 공개적으로 안정환을 방출하겠다고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무하레모비치는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내 친구이자 형제인 이탈리아에 존경을 표한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매우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과거 발언도 부랴부랴 수습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탈리아엔 내 친구들과 형제들이 많다. 이탈리아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무하레모비치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상대가 누구든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경기 장소인)제니차는 불타오를 것이다. 코칭 스태프부터 선수단까지 모두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직 신만을 두려워할 뿐이다"라고 했다. 이는 이탈리아에 '도발'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장은 젠나로 가투소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과 잔루이지 부폰 대표팀 단장을 유임할 것이라고 밝혀 성난 팬심에 기름을 부었다. 카펠로 감독은 이에 "가장 우려되는 건 누구도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협회장이다. 그외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힘들겠지만, 지금이 진정한 쇄신의 시작이다. 스스로 재창조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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