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구)창모 전성기는 아직 안 오지 않았나요? 1년 풀타임을 뛴 적이 없는데(웃음)."
역대급 악성 계약 사례로 남을 뻔했다. NC 다이노스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드디어 진짜 부활을 알렸다. 구창모의 절친한 형이자 NC 주장 박민우는 "아직"이라고 했지만.
구창모는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78구 1안타 3사사구 6삼진 무실점을 기록, 시즌 2승째를 챙겼다. NC는 5대2로 이겨 4연승을 질주했다.
구창모는 지난 2023년 5월 11일 수원 KT 위즈전 6⅓이닝 1실점 투구 이후 무려 1058일 만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구창모의 가장 큰 무기인 직구(42개)에 슬라이더(21개), 포크볼(12개), 커브(3개)를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 평균 구속은 143㎞대로 형성됐다.
시속 150㎞ 이상을 꽂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구속이 떨어지긴 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스피드가 안 나와도 경기 운영이나 대처를 보면 구창모는 구창모다. 구속과 컨디션 상관없이 시범경기에서 시속 130㎞대가 나와도 점수를 안 주고 내려오더라"고 했다.
구창모는 "구속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구속이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구속이 또 나오면 그런 날 힘이 들어가서 장타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오늘(3일) 안 그래도 불펜에서 공이 좋아서 힘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조금 더 정교하게 던지려고 했다. 로케이션 같은 게 잘됐던 것 같다. 날씨가 좋아지면 구속이 저절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고 구속을 신경 써서 올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해는 진짜 부활이 절실했다. NC는 2022년 시즌 뒤 구창모와 7년 총액 132억원 비FA 다년계약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구창모의 구위가 국내 왼손 선발 가운데 최고라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지만, 숱한 부상에 시달려 프로 데뷔 후 단 한번도 규정 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다. 그런 위험 부담이 큰 선수에게 너무 큰 금액을 안긴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우려대로 구창모는 또 아팠다. 2023년 또 왼팔 척골 피로골절 진단을 받아 11경기 등판에 그쳤다. 부상 재활 기간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 문제부터 해결했고, 지난해 전역 후 NC는 바로 1군에서 쓰려고 했으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불가능했다. 결국 지난해도 4경기 등판에 그쳤다.
구창모는 2023년 시즌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5경기 등판에 그쳤다. 역대급 악성 계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구창모 본인도 할 말이 없었다. 욕먹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어떻게 하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1선발로 기대했던 라일리 톰슨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가 있었지만, 이 감독은 과감히 구창모를 1선발로 기용했다. 10개 구단 1선발 중 국내 투수는 구창모가 유일하다.
상대 외국인 에이스만 골라서 만나 승수를 쌓기가 쉽지 않은데, 구창모는 2경기에서 2승을 챙겼다.
구창모는 "선발투수 매치업을 볼 때 항상 외국인 선수들만 있고 나 혼자 국내 투수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렇게 상대 1선발을 만나서 승리까지 하면 그 기쁨은 2배가 더 된다. 약간 도장깨기 느낌으로 지금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배트를 돌리다 토할 정도로 많이 훈련했던 NC 타선이 뒤에서 든든히 지원해 주고 있다. 특히 이날은 박민우가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구창모는 "형은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 뒤에서 든든하게 어릴 때부터 정신적 지주였다. 오늘도 수비할 때나 중간에 위기 때 마운드에서 모였을 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민우는 감사를 표한 구창모에게 오히려 채찍질을 했다. 제발 올해는 건강히 한 시즌을 함께하자는 장난 섞인 응원이었다.
박민우는 "창모 전성기는 아직 안 오지 않았나. 1년 풀타임을 뛴 적이 없는데, 전성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장난식으로 이야기하지만, 그만큼 지금 창모가 풀타임을 뛴 적이 없는데도 건강하면 창모는 다 인정하는 투수다. 그러니까 나도 기대가 된다. 건강하게 뛴다면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낼지, 그리고 창모가 던지면 사실 뒤에서 수비하기가 정말 편하다. 창모는 주자가 나가도 위기가 돼도 충분히 막아줄 것 같기 때문에 진짜 에이스답게 오늘 또 던져줬던 것 같다"며 엄지를 들어줬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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