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처음 광주를 찾은 최형우가 KIA 팬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짧은 인사였지만 9년 동안 함께했던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순간이었다.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주심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헬멧을 벗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3루측 관중석 KIA 팬들을 향했다.
삼성 이적 후 찾은 첫 광주 원정 경기, 최형우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지난 9년 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관중석에서도 따뜻한 반응이 이어졌다. KIA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유니폼은 달라졌지만, 팀을 위해 헌신했던 베테랑을 향한 존중은 그대로였다.
최형우에게 광주는 특별한 곳이다. KIA 시절 중심 타자로 활약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특히 양현종이 마운드에 오르면 타선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줬다. 함께 승리를 만들어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날 맞대결은 더욱 특별했다.
KIA 팬들에게 인사를 마친 최형우는 마운드 위 양현종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직전 타석 류지혁에게 홈런을 허용했던 양현종도 모자에 손을 올리며 옛 동료를 반겼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9년 동안 함께했던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회초 1사 최형우와 양현종의 첫 맞대결이 성사됐다. 0B 1S에서 몸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긴 최형우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인사는 따뜻했지만 승부는 냉정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경기 막판, 베테랑의 진가가 드러났다.
3-1로 뒤진 8회초 1사 1,2루. 최형우는 KIA 전상현의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선상 깊숙한 2루타를 만들어냈다. 타격 후 여유 있게 2루까지 들어간 최형우. 이어진 디아즈의 적시타까지 나오며 삼성은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9회. 감동적인 인사로 시작된 경기는 베테랑의 한 방으로 마무리됐다.
무사 1,3루. 최형우는 KIA 홍민규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다. 타구는 기아챔피언스필드 가장 깊은 담장을 넘어갔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이었다.
홈런 타구를 끝까지 바라본 최형우는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경기 시작 전 KIA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던 베테랑은, 이제 삼성 승리를 확정짓는 홈런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맏형의 홈런이 터지자 삼성 더그아웃도 들썩였다. 강민호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고, 대기 타석에 있던 구자욱은 홈런 재킷을 미리 들고 나와 최형우를 맞이했다.
광주 팬들에게 감사 인사로 시작해,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광주와 최형우 사이의 시간은 여전히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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