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153km 강속구도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 이의리가 또다시 '제구'에 발목을 잡히며 스스로 무너졌다.
이의리는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2피안타 1피홈런 5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7.23에서 8.53까지 치솟았다. 올 시즌 최소 이닝 투구. 결과도 충격적이었지만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이진영을 상대로 직구만 세 개 연속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1사 이후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페라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문현빈과의 승부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넣지 못했다. 포수 한준수의 마운드 방문에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두 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스스로 위기를 키웠다. 다행히 강백호를 병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이미 불안한 조짐은 뚜렷했다.
문제는 2회였다. 3-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이의리는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채은성 안타, 허인서 볼넷, 하주석 몸에 맞는 볼로 순식간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무사 만루 위기. 이의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버텼다. 심우준과 이진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페라자와 문현빈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결국 동점을 내줬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2사 만루 상황에서 이의리를 내리고 김태형을 투입했다. 이미 흐름은 넘어간 뒤였다. 김태형이 강백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이의리의 책임 주자까지 모두 홈을 밟았다.
3-0으로 앞서던 경기는 순식간에 3-5로 뒤집혔다. 스스로 만든 위기, 스스로 무너진 결과였다.
이날 이의리는 총 49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는 24개, 볼은 25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나는 공 무용지물이었다.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 이의리는 오히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며 더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제구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날 경기는 그 단점을 그대로 드러낸 한 경기였다.
지난 4월 11일 한화전 4이닝 4실점에 이어 또다시 무너진 이의리. 시즌 내내 반복되고 있는 제구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등도 쉽지 않다.
팀 타선이 14안타를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지만, 선발 이의리의 투구는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강속구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스트라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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