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주년 맞은 에버랜드, 깨어난 사자 DNA…확 달라진 분위기, 초심에서 찾은 '정체성'

◇에버랜드는 1976년 개장 이후 꾸준히 운영되던 사파리월드를 최근 어와일드로 새롭게 선보였다. 사자와 호랑이, 곰 등 야생동물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시설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신규 콘텐츠로서 역할을 맡게 됐다. 사진제공=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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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 1996, 2026.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숫자가 아닐까 싶다. 용인자연농원을 시작한 해, 에버랜드로 명칭을 변경한 해, 나머지 하나는 초심을 앞세워 제2의 도약을 시작하는 해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에버랜드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로,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변화의 중심엔 '꿈과 환상, 자연과 함께'라는 초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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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게 최근 주요 관광지의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그동안 방문객 확장에 치우쳐 트렌드를 쫓으며 잊고 있던 자신만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감성과 재미 요소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문을 연 이후 방문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그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에버랜드의 이번 시도는 세계적인 테마파크로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일상을 공유하며 느낀 추억과 감정은 에버랜드만의 팬덤을 다시 끌어 낼 수 있다. 이런 팬덤이 다음 세대로 연결된다면 글로벌 테마파크 반열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에버랜드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판다를 비롯해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며, 제2의 도약에 나선다. 사진은 판다 세컨드월드 내부 모습. 사진제공=에버랜드

판다의 시대, 돌고 돌아 초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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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은 에버랜드. 어느 순간 대세가 된 판다가 판을 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판다는 여전히 에버랜드의 킬러 콘텐츠다. 푸바오로 시작해 쌍둥바오의 등장으로 판다 세컨하우스까지 조성됐으니 말이다. 실제로 판다를 보기 위해 에버랜드를 찾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지난해 문을 연 판다월드 세컨하우스 방문은 평일에도 쉽지 않을 정도. 판다월드 세컨하우스를 지나던 중 귓가에 또렷하게 박히는 말소리 하나. "딸, 아빠 어렸을 땐 할아버지하고 지구마을 보트를 탔었지. 지금은 판다지? 예전엔 사자, 호랑이, 라이거와 백호도 있었다니까."

그동안 잊고 있던 감정과 추억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니, 앞서 봤던 에버랜드의 풍경도 하나둘 바뀌기 시작한다. 사실 자연농원으로 시작한 에버랜드는 디즈니, 레고랜드 등 세계인 테마파크와는 다른 매력이 있던 곳이었다. 높은 가격에 방문이 쉽지 않아 강렬함을 앞세운 해외 테마파크와 달리, 소풍과 수학여행으로 누구나 한 번쯤 방문했던 익숙함이 바로 그것이다.

◇에버랜드의 신규 서커스 공연인 '윙즈 오브 메모리'는 그랜드 스테이지에서 매일 두 차례 진행된다. 사진제공=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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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의 나라로 떠나는 모험 '스타트'

에버랜드는 최근 사피리월드 '더와일드'와 서커스 공연 '윙즈 오브 메모리', 야간 불꽃쇼 '빚의 수호자들'을 선보였다. 3개의 새로운 볼거리로 치부할 수 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에버랜드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재미를 기본으로 누군가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새로운 즐거움으로 입장부터 퇴장까지 환상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에버랜드 이전 자연농원에서부터 내세웠던 '꿈과 환상의 나라'리는 콘셉트의 새로운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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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저렴한 입장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선 방문객 증가와 팬덤에 따른 굿즈 판매 등 반짝 수익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터. 기존 에버랜드만의 스토리를 확장하기보다는 해외 유명 IP를 활용하는 게 운영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에버랜드의 최근 시도한 새로운 변화는 디즈니처럼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꺼내든 과감한 결단에 가까워 보인다. 그만큼 신규 콘텐츠에도 힘을 줬다. 최동천 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마케팅그룹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규 콘텐츠의 도입은 기존 에버랜드만의 스토리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미와 함께 재미와 볼거리 등에도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신규 서커스 공연 윙즈 오브 메모리는 태양의 서커스 출신이 대수 포진한 캐나다 엘루아즈와 협업해 만들었다. 주인공 이엘이 마법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에버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공연으로, 최근엔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왼쪽에서 세번째), 다미앙 페레이라 주한 퀘벡정부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가 에버랜드에 방문해 공연을 관람했다. 사진제공=에버랜드

우선 서커스 공연을 보자. '윙즈 오브 메모리'는 에버랜드 그랜드 스테이지에서 매일 두 차례 진행된다. 예로부터 사람 여럿이 모이면 '흥'이 중요했고, 서커스 공연은 그 중심에 있었다. 윙즈 오브 메모리는 40여 분간 진행되는 서커스다. 그러나 기존 서커스 공연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한편의 뮤지컬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이 다수 포진한 캐나다 엘루아즈와 협업해 만들었다. 콘토션, 에어리얼 폴, 러시안 스윙 등 7종의 고난도 서커스가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공연의 완성도는 스토리가 만든다. 주인공인 이엘이 고니와 정령에 이끌려 마법세계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엘은 에버랜드의 약자(E/L)다. 에버랜드가 용인 자연농원 시절부터 내세웠던 '꿈과 환상의 나라'에서의 모험의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다.

◇에버랜드의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는 EV차량을 타고 사자, 호랑이, 곰 방사장을 이동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사진제공=에버랜드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 오픈, '라니의 귀환'

사파리월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엿보인다. 사자와 호랑이, 불곰 등을 앞세워 더 와일드로 탈바꿈했다. 사파리월드는 1976년 에버랜드 개장 때부터 존재감을 보였던 대표 시설이다. 당시 호랑이와 사자, 곰이 주인공이었다면 2013년 로스트밸리 오픈과 함께 주로 초식동물 위주의 볼거리가 전부였다. 새롭게 선보인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는 새롭게 도입된 친환경 EV버스를 타고 여정이 시작된다. EV버스는 호랑이, 사자, 곰으로 나눠진 방사장을 이동한다. 날것 그대로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동물 복지를 고려해 설계된 공간인 만큼 야생 동물의 움직임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일부 초식동물도 볼 수 있다.

◇에버랜드의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의 관람이 끝나면 기념품 샵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념품 샵에서는 사자와 호랑이 등 에버랜드을 담은 동물 긋주를 입양할 수 있다. 사진제공=에버랜드

새로워진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존은 에버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세대와 세대간 소통의 공간이 된다. 무엇보다 에버랜드의 캐릭터인 라니와 라나의 존재감 확대로 이어진다. 실제 사파리월드를 마치고 나온 굿즈 샵에는 사자와 호랑이 인형이 관람객을 반긴다. 완성도 높은 제품과 함께 입양 개념을 도입, 동물 복지 개념도 높일 수 있다. 에버랜드의 저녁을 책임지는 '빚의 수호자들'은 국내 대표 공연 연출가 양정용 감독이 총 연출을 맡았고, 설치 미술가 브루스 먼로가 협업해 완성됐다. 대형 LED 스크린 앞으로 수천 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대형 오브제 드론도 불거리다. 가수 10CM 권정열의 테마곡 보컬과 배우 이상윤의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되는 빛의 수호자는 20여 분간 진행된다

◇에버랜드의 밤은 낮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스페셜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 공연은 20여분간 진행된다. 사진제공=에버랜드

에버랜드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테마파크지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공공재로서 역할을 해왔다. 1996년 2만1000원이던 자유이용권(정가 기준)은 현재 6만원이지만, 여기에 카드 등 각종 할인 혜택을 받으면 3만원 대로 별 차이가 없다. 30여 년이 시간이 흘렀지만, 물가상승률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에버랜드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일지만, 방문객으로선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유지하며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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