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전쟁 속에서 우정은 더욱 '찐'해진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그런 감정은 더욱 강해진다.
부산 KCC 에이스 허훈(30)과 고양 소노 기둥 이정현(27)은 그런 사이다. KCC와 소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혈투를 치르고 있다.
KCC가 3승1패로 앞서 있지만, 소노는 절체절명의 벼랑 끝인 4차전에서 기어이 1승을 거뒀다. 소노의 기세는 아직 죽지 않았다. KCC 역시 '슈퍼팀'의 위용은 여전하다.
3, 4차전 두 팀은 KBL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
3차전, 이정현이 경기 종료 직전 역전골을 넣자, 2.0초를 남기고 허훈이 반격했다. 그림같은 앨리웁 패스로 골밑에 버틴 숀 롱에게 정확히 전달. 결국 소노 빅맨 네이선 나이트는 파울을 범했다. 숀 롱은 침착하게 자유투 2개를 넣었고, 그렇게 KCC가 3차전마저 가져갔다. 소노가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지만, 허훈의 천재적인 패스가 돋보였다. 소노 손창환 감독은 "숀 롱에게 패스가 갈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정말 절묘한 패스가 들어갔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3차전이 끝난 뒤 허훈은 공식 인터뷰에서 "이정현은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했다. 그는 "소노는 이정현이 모든 것을 이끌고 있다. 저는 수비에 모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말 막기 힘든 선수"라고 극찬했다.
허훈은 6강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최고의 아시아쿼터이자 리그 최고의 볼 핸들러 이선 알바노를 강하게 압박했다. 놀라운 수비력을 보이면서 알바노의 위력을 최저치로 떨어뜨렸다. KCC가 DB에 3전 전승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였다. 챔프전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이정현에 대한 수비 올인을 선언한 그였다. 하지만, 이정현은 허훈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4차전 결국 이정현이 매서운 반격을 가했다. 경기 막판 KCC의 집중 견제를 뚫고, 결정적 3점포를 터뜨렸다. KCC가 허훈의 자유투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3.6초가 남았다.
이정현은 작전타임에서 '백도어 액션'을 제안했고, 소노 손창환 감독은 받아들였다. KCC의 허를 찌른 기발한 패턴이었다. 이정현이 볼을 잡는 척 하다가 골밑으로 돌진. KCC는 이정현의 2대2 게임 예상을 했고, 백도어 액션은 그 허를 찌른 패턴이었다. 결국 이정현은 밖으로 가는 척 하다가 급격히 골밑으로 파고 들었고, 나이트의 패스가 날카롭게 연결됐다. KCC는 최준용이 뒤늦게 블록슛을 시도했지만, 파울 자유투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침착하게 1구를 성공한 이정현은 0.9초가 남은 것을 고려, 일부러 자유투를 놓치면서 시간을 소진했다. 결국 소노가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3차전의 아픔을 되돌려 준 이정현의 승부처 지배력이었다.
4차전이 끝난 뒤 이정현은 허훈을 극찬했다. 그는 "원래 20점 이상을 넣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가드다. 허훈 형은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수비를 한다"며 "지금 수비를 보면, 일본의 정말 수비를 잘하는 선수처럼 한다. 자세가 낮고, 파워가 좋고, 스피드까지 있다. 리그 최고의 탑 디펜더다. 정말 힘겨운 매치업 상대"라고 했다.
부산 백투백 경기에서 양팀의 에이스는 주고 받았다. 자신의 진가를 확연히 드러냈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넘어서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챔프전 시리즈가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유다. 5차전은 13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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