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명색이 '바람의 손자(the Grandson of the Wind)'인데 뛰지 않는다. 정확히는 필요할 때는 열심히 뛰는데, 그게 아니면 굳이 뛰려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올시즌 한 번도 도루시도를 하지 않았다.
15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전까지 44경기에 모두 출전해 44안타와 10볼넷 2사구를 얻었는데 도루와 도루자 항목이 각각 '0'이다. 왜 안뛸까.
가장 큰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팀컬러에는 기동력이 없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는다. 팀 도루가 12개로 30팀 중 최하위다. 1위인 마이애미 말린스(52개)의 4분의 1 수준이 안된다. 이정후 뿐만 아니라 기동력을 갖췄다는 선수들에게 굳이 뛰라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정후 스스로 부상 위험이 높은 도루를 꺼린다고 봐야 한다. 2024년 데뷔 시즌 5월에 수비를 하다 펜스에 부딪히면서 어깨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그해 37경기에서 2도루, 3도루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150경기에서 10도루, 3도루자를 마크했다. 올해는 도루 시도를 더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발은 얼마나 빠를까. 정말 빠를까.
스탯캐스트가 측정한 이정후의 베이스러닝 가치(baserunning runs)는 '-1'로 평가대상 224명 중 196위에 그치고 있다. 베이스러닝서 팀에 공헌하는 부분이 작다는 얘기다.
이정후는 전력질주했을 때 순간 최고 초속이 27.2피트(8.3m)로 전체 405명 중 195위에 불과하다. 스탯캐스트는 메이저리그 주자들의 전력질주시 평균 스피드를 초속 27피트로 보고, 초속 23피트 이하면 매우 느림, 30피트 이상이면 매우 빠름으로 판단한다. 이정후는 평균 수준이다.
또한 90피트 스프린트 부문서 이정후는 4.06초로 평가대상 325명 중 204위다. 역시 평균 정도다.
이날 이정후가 다저스타디움에서 5회초 2사후 주자를 1루에 두고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칠 때 배트에 공이 맞아나간 순간부터 각 루를 돌아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에 손이 닿기까지 걸린 시간은 14초96이었다. 평균 초속은 24.1피트, 순간 최고 초속은 27피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KBO 시절 이정후의 한 시즌 최다 도루는 2019년 13개다. 2021년까지는 5년 연속 10~13도루를 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5도루, 2023년에는 6도루에 머물렀다. KBO에서도 잘 뛰던 주자는 아니었다.
한편, 이정후는 1962년 개장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친 최초의 샌프란시스코 선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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