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열심히 키운 상추 수십 포기가 뿌리째 뽑혀 나갔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여럿 당했다고…"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가 중랑천변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체험학습장에 주저앉아 울상을 지었다.
30포기 넘는 상추가 푸릇하게 자라던 그의 밭에는 10여 포기의 잔해와 흙이 푹 패인 흔적만 흉터처럼 남았다.
이 텃밭은 각박한 도시 일상에 지친 구민들에게 작은 위로의 공간이다.
A씨 역시 2년의 기다림 끝에 지난 3월 약 4.5㎡의 땅을 배정받고 상추와 고추, 가지를 심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도둑질한 것이다.
A씨는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물을 주고 애지중지했다"며 "수확의 기쁨을 느끼려고 시작했는데 도둑의 개인 마트가 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에서 2년째 텃밭을 가꾸는 고모(53)씨 역시 일주일 전 일궈놓은 깨 모종을 송두리째 도둑맞았다.
고씨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퇴근하면서 또 한 번 주는데 그새 깨 모종 몇 개를 삽으로 퍼갔다"며 "별것 아니지만 꽃이 피면 기분도 좋고 힐링이 되는데 그걸 훔쳐 가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피해가 속출하자 A씨의 신고를 받은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들이 '상추 도둑'의 행방을 쫓아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이곳은 면적이 넓고 산책로와 인접해 접근이 쉽지만 방범 시설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927개에 달하는 텃밭 전체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는 인근 장안교에 달린 1∼2대가 전부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한 달 새 절도 관련 민원이 5∼10건 들어왔다"며 "올해 유독 건수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산상 즉시 CCTV 설치가 어려워 내년 편성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절도 신고가 늘어 동대문서에 주야간 순찰 강화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구청도 부랴부랴 텃밭 주변에 '절도 금지' 현수막을 걸고 현장 근로자의 순찰을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도심 텃밭 서리가 유독 기승을 부리는 것은 최근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치솟은 식탁 물가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씁쓸한 해석도 나온다.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장보기가 두려운 팍팍한 현실이 범행 동기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말농장이나 도심 텃밭에서 농작물을 서리 당했다는 하소연이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서리라는 이름으로 넘어가기에 법적 대가는 무겁다.
구청 관계자는 "상추, 깻잎 한 장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발되면 절도 혐의로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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