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패드 찍고 기록 볼 때 '도파민'이 터져요" '수영 샛별' 윤채우, '제2의 김윤지'를 향한 꿈 모락모락

윤채우.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윤채우.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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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물살을 헤치고 나아갈 때, 바닥에 타일이 보여요. 타일이 '스르륵' 지나가면 '내가 빨리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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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이 왜 좋냐'는 질문에 '수영 유망주' 윤채우(14·경기, 스포츠등급 S5)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제20회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기간 중인 14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에서 만난 그는 "터치패드를 찍고 기록을 확인할 땐 평소 몇 배의 도파민이 터진다"고도 했다. 이날은 때마침 '도파민이 터진' 날이었다. 여자 평영 50m SB1~5(중등부)에서 힘찬 역영으로 1분00초80을 기록,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인의 종전 기록보다 1초 이상 줄였으니,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경험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테다. 기록을 확인한 윤채우의 얼굴에 잇몸 미소가 만개했다.

수영을 처음 접한 건 여섯 살 유치원생 시절. 학원에서 수영을 배우면서 물 공포증을 극복했다. 일곱 살 때 화장실에서 넘어져 척추를 다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는 재활 중 다시 수영을 접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부모에게 직접 "수영이 재밌어요. 수영 선수 한번 해볼래요"라고 말하고는 스스로 꿈을 좇기 시작했다. 열 살 때 처음 수영 대회에 나섰다. "기록보단 완주한 것만으로 만족했다." '완주의 기억'은 뇌리에 강렬하게 꽂혔다. 훗날 패럴림픽 출전을 꿈꾸는 윤채우는 최고의 기록을 작성하는 선수보단 완주하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 그를 붙잡는 건 바로 '책임감'이다. '내가 한 말은 지킨다', '스타트를 끊었으니 반드시 터치패드를 찍는다'. 윤채우는 "처음 수영을 할 때는 수영 선수들은 수영장에서 맨날 노는 줄 알았다. '내가 생각한 수영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까워서 계속 수영을 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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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록이 좋아지면서 다시 수영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2025년 두바이 아시아장애인청소년대회에서 평영 100m 1위, 자유형 50m 3위, 자유형 100m 3위를 각각 차지하며 잠재력을 펼쳐보였다. 그는 "내가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유형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평영 성적이 더 좋았다. 등급을 속여서 출전한 선수가 있어 놀라긴 했지만, 내 기록만 신경쓰자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라고 돌아봤다. 자유형이 주종목이었던 윤채우는 지난해 대한장애인수영연맹 전임지도자인 강민승 감독을 만나 평영으로 전향했다. 평영 기록을 높여 향후 아시안게임, 패럴림픽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윤채우.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윤채우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한장애인수영연맹은 '신인 선수'에서 '후보 선수'로 상향 조정한 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선수는 드물다고 수영연맹 관계자는 귀띔했다. 장차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판단이다. 강 감독은 "채우가 아직 어리다보니 근지구력, 뒷심이 약하다. 장거리보단 50m, 100m와 같은 단거리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성실하고 훈련 태도가 좋아 장차 한국을 대표하는 수영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2024년 서울 등촌동에 장애·비장애 통합 시설인 어울림플라자가 오픈한 후론 수영 훈련장 걱정을 덜었다. 지금은 주 3회 정도 수업을 마치고 어울림플라자에서 훈련을 한다. 대회를 앞두고는 주 6회 물살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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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목표를 묻자 윤채우는 '스마일리' 김윤지(20·BDH파라스)의 이름을 먼저 언급했다. 알고 보니, 둘은 의외의 인연으로 연결돼 있었다. 윤채우는 "윤지 언니가 원래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내 첫 대회 때 상대 선수가 윤지 언니였다. 그때 내게 말을 많이 걸어줬는데, 지금보다 낯가림이 심해 많은 대화를 하진 못했다. 그때 더 친해질 걸"이라며 미소지었다. 김윤지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20년부터 노르딕 스키에 본격 입문,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단일 대회 5개의 메달(금2, 은3)을 쓸어담는 '전설'을 썼다. '윤지 언니'가 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 그는 "수영만 해도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다. 노르딕 스키는 정말 힘든 스포츠"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윤채우도 김윤지의 뒤를 이어 패럴림픽 메달을 꿈꾼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ISTJ(MBTI 성격 유형)인 그는 "열심히 노력해서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 내가 윤지언니를 보고 그러했듯 누군가가 날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윤지 키즈' 윤채우가 시상대에 올라 미소짓는 날을 기다려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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