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9구의 비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지 않는다...중계진도 속인 극비 프로젝트

19일 포항 KT전 대승을 이끌고 2승을 달성한 원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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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09구. 수치만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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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 주말인 일요일에 또 한 번 등판해야 하는 이른바 '주 2회 등판' 스케줄.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원태인은 주저 없이 6회 마운드에 올라 109구를 거침 없이 뿌렸고, 포항 팬들에게 인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5회까지 이미 91구를 던진 상황. 다소 무모해 보였던 '화요일 109구'에는 벤치와 사전 교감을 통한 극비 프로젝트가 숨겨져 있었다.

19일 포항 KT전 대승을 이끌고 2승을 달성한 원태인.

원태인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선두 쟁탈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9구를 던지며 5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에이스의 시즌 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에 화답하듯 삼성 타선도 폭발하며 10대2 대승을 거뒀다. 기분 좋은 시즌 2승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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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원태인의 피칭은 눈부셨지만, 경기 흐름을 지켜보던 팬들은 살짝 의문을 가질 만했다.

원태인의 다음 등판 예정일은 오는 24일 일요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 일주일에 두 번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 투수가 화요일 첫 경기부터 110구에 육박하는 무리한 투구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5회가 끝났을 때 원태인의 투구수는 이미 91개에 도달해 있었다.

19일 포항 KT전 대승을 이끌고 2승을 달성한 원태인이 투수코치와 상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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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상황이라면 체력 안배를 위해 5회를 마치고 교체되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원태인은 6회에도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고, 결국 18개를 더 던져 109구로 아웃카운트 18개를 채웠다.

미스터리한 투구 수의 비밀. 경기 전 투수코치와 원태인이 나눈 '비밀 약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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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포항 지역 비 예보가 발단이었다. 경기 전 코칭스태프와 원태인은 날씨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하루 씩 선발 로테이션이 밀릴 것을 예상한 최일언 코치는 원태인에게 "일요일에 쉬게 해줄 테니, 오늘(화요일) 105개까지 던질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제안했다. 화요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고, 6일 간 쉬자는 달콤한 제안.

최원태까지 조정을 위해 2군에 내려가 로테이션이 빡빡한 팀 입장에서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경기 후 SBS스포츠플러스 중계팀과 인터뷰 하는 원태인. 출처=SBS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티빙)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중계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그는 "내일 비 예보도 있고, (선두가 걸린) 중요한 경기라 투수코치님께서 일요일 쉬게해 줄테니 105개까지 던져보도록 준비하자고 하셔서 경기 전부터 맞추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중계진이 '일요일 등판이 있는데 왜 고집을 부리는 지 모르겠다'며 6회 등판에 의구심을 표했던 점을 털어놓자 "사실 주말 등판이 걸려 있어 비밀리에 진행된 극비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선택한 109구 승부수. '약속의 땅' 기운과 함께 성공리에 끝났다. 급변하는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당장 중요한 KT와의 첫 경기 승리가 소중했다. 삼성은 덕분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 하며 남은 KT전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KT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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