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익균, 자궁내막암 항암 면역 높이는 기전 세계 최초 규명

바실러스 메가테리움(BM)의 콜린 대사-TMAO 생성 경로를 통한 항암 면역 활성화 기전. BM에서 콜린을 트라이메틸아민(TMA)으로 전환하는 'cutC' 유전자가 확인됐으며, 환자 분석에서도 BM이 많은 환자일수록 혈중 TMAO 농도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연관성은 폐경 이후 연령대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됐으며, BM이 콜린 대사를 통해 TMAO 생성을 촉진하고 이를 매개로 항암 면역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미생물-대사체-숙주 면역' 연결 경로를 제시한다.
Advertisement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특정 유익균이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자궁내막암 재발 억제에 관여하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오랫동안 '무균 환경'으로 여겨졌던 자궁 내에서 자궁내막암 환자의 예후와 연관된 미생물의 존재와 역할을 확인했으며, 향후 미생물 기반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Advertisement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임기철)은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지놈앤컴퍼니 대표이사) 연구팀이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마리아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궁내막에 존재하는 특정 유익균이 장내 미생물 대사 경로와 연결돼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자궁내막암 재발 억제에 관여하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자궁내막암은 미국 여성암 발병률 4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특히 전이 및 재발 단계에서는 기존 항암 화학요법만으로 치료 효과와 생존율을 충분히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Advertisement

최근 미생물군이 암의 발생과 진행, 그리고 면역 조절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자궁내막 조직 내 미생물이 실제로 항암 면역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동 연구팀은 자궁내막암 및 양성 자궁질환 환자의 자궁내막 조직을 대상으로 미생물과 숙주 면역반응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다중오믹스 분석(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대사체 통합 분석)을 수행했다.

Advertisement

분석 결과, 자궁내막암 환자 중에서도 재발 위험이 낮고 생존 기간이 긴 환자군에서 특정 유익균인 '바실러스 메가테리움(Bacillus megaterium, BM)'이 더 많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미생물 기반 항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자궁내막암에서 유익균이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Advertisement

그 결과, 해당 유익균이 항암 면역 활성과 연관된 대사물질인 'TMAO(트라이메틸아민-N-옥사이드)' 생성 과정에 꼭 필요한 핵심 유전자 'cutC(장내 미생물이 음식물에 들어있는 콜린 성분을 분해해 항암 물질의 전구체(TMA)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효소)'를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암 환자의 자궁내막 조직과 혈액을 분석한 결과, 해당 유익균의 존재량이 높을수록 혈중 TMAO 농도도 함께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이 균이 TMAO 생성 경로를 매개로 항암 면역 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특히 연구팀은 유익균이 음식에 포함된 성분인 '콜린'을 분해해 TMAO로 전환하는 과정이 체내 면역반응 활성화와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즉, 장내 유익균이 콜린을 분해해 생성한 대사물질 TMAO가 체내 면역 신호(제1형 인터페론)*를 자극하고, 이 신호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활성화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세포 실험과 영상 분석 결과, 바실러스 메가테리움을 적용했을 때 면역세포의 항암 반응이 강화됐으며, 자궁내막암 세포 증식이 억제되고 암세포 주변으로 면역세포가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또한 유익균을 적용한 실험 그룹에서는 제1형 인터페론 등 면역반응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으며, 주요 대사 산물인 TMAO를 단독으로 적용한 경우에도 유사한 면역 활성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해당 유익균이 대사 과정을 통해 면역세포 기능을 증진하고 염증성 세포의 사멸을 촉진함으로써 자궁내막암에 대한 항암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미생물 기반의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

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균·대사체·숙주 면역반응을 하나의 코호트(동일한 환자 집단)에서 통합적으로 추적해, 단일 균주 수준에서 항암 면역이 유도되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며 "기존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제한적인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전혀 새로운 미생물 기반 병용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마리아 교수는 "다년간 수집한 환자 조직·혈청 코호트를 통해 '왜 어떤 환자는 재발하고, 어떤 환자는 재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미생물 관점의 새로운 설명을 제공했다"며 "앞으로 여러 기관과 다양한 인종의 환자 집단에서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환자 세포로 만든 실험 모델과 동물 실험 등 생체 내 연구로 확장해 임상 적용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마리아 교수가 공동으로 지도했으며, GIST 민경찬 박사(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조교수·중앙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김세익 교수, GIST 이민지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부인종양연구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프로그램,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미생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왼쪽부터) GIST 의생명공학과 박한수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마리아 교수(교신저자),GIST 의생명공학과 민경찬 박사(공동 제1저자,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교실 조교수·중앙대학교 비뇨의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세익 교수(공동 제1저자),GIST 의생명공학과 이민지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