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위민은 울고 있는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 "北내고향 여자축구단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출처=수원FC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인공기를 펼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응원하는 공동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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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기왕이면 내고향 여자축구단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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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수원FC 위민을 꺾고 아시아여자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에 진출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의 우승을 응원했다.

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AWCL 준결승에서 수원FC 위민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 1강'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을 다툰다.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약 15억원), 준우승 상금은 50만달러(약 7억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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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등 일련의 매체에 따르면 정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출근길 취재진의 대회 관련 질문에 "회담본부에서 간부들과 도시락을 먹으면서 TV로 봤다. 올해 들어 이렇게 비가 많이 온 날은 처음인데 장대비 속에서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 빗속에서 남북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어느 팀을 응원했느냐는 질문에는 "마음으로 양쪽 다 응원했다"고 답했다.

"(내고향이) 수원팀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는데 일본과 결승에서 맞붙는다"면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왕이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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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3억원 지원을 약속한 200여개 민간 단체로 구성된 공동응원단과 관련 북한 선수단이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일이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는, 남북 모두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아주 멋지게 잘 마무리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고 했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는 팬들 모습.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내고향여자축구단 김경영이 역전골을 넣은 뒤 리유일 감독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이날 승리 후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내고향' 응원 소리가 플레이에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경기 전날도 "응원단은 감독이 생각할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던 리 감독은 이날도 "여러분도 알다시피 격렬한 경기였다. 경기에만 집중하다보니까 의식은 못했지만 느낀 점은 이곳 주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같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날 E석을 메운 수천명의 공동응원단은 "내고향!" "내고향!"을 연호하며 내고향이 동점골, 역전골을 넣을 때마다 '우리선수 힘내라' '힘내라 우리가 응원하고 있다' 플래카드를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후반 34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 때도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결승행 확정 후 수원 캐슬파크에선 지소연 등 선수들이 눈물을 쏟는 가운데 북한 인공기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내고향 응원단 사물놀이패는 꽹과리를 치고 경기장을 돌며 내고향의 결승행을 축하하는 뒤풀이 응원을 펼쳤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박길영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패한 수원FC위민 지소연이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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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이 홈팀의 이점을 충분히 누렸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 위민입니다"라고 했다. "경기중 반대편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속상하기도 하고 좀 그랬다"며 참았던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는 오직 여자축구를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온 것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온 것도 처음이다. 설?? 반가웠다. 우리가 이 관심을 계속 이어가려면 오직 이기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우리선수들은 대한민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아쉬운 경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통일부 장관이 속으로 누구를 응원하든 자유지만, 자국 국민인 수원FC 위민 선수단이 뼈아픈 패배 속에 눈물을 쏟으며 밤잠을 설친 날,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상대팀 북한 팀의 우승을 응원하는 감수성 결여는 대단히 아쉽다. '북일 클럽' 간 결승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이 특정 클럽팀을 응원하는 공개 발언 역시 적절치 않다. 이 대회는 상금 15억원이 걸린 아시아 최강 여자축구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남북 친선전이나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는 개념이 아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이거 실화임?'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여자축구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공동응원이라고 해놓고 내고향 팀만 응원하고, 지소연 실축할 때 환호성이 터지더라' 등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응원하는 공동응원단
최휘영 문체부 장관 SNS

한편 정 장관은 20일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준결승전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스포츠 정책의 수장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VIP석을 지켰다. 최 장관은 경기후 자신의 SNS에 '수원FC 위민에겐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강한 폭우 속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경기를 지배하며 최선을 다한 수원FC 위민 선수단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수원FC 위민을 먼저 챙겼다. '오늘의 승리로 결승에 오른 내고향여자축구단에겐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23일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결승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쓴 후 양팀의 경기 사진, 수원FC 서포터 '포트리스'의 응원 사진, 태극기가 휘날리는 사진을 올렸다. 스포츠 주무 장관다운 포스팅이었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수원FC위민의 준결승전. 승리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인공기를 펼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5.20/

정 장관은 23일 내고향과 도쿄 베르디의 결승전도 현장 직관하지 않는다. "AFC가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정치적 상황을 배제하고 순수 스포츠로 원만하게 경기가 진행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그 정신에 충실하게 마음만 보내겠다"고 취재진에게 답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20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서한을 보내 북한 축구팀이 출전한 여자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순수 스포츠 국제행사로 진행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것에 입각해 스포츠 관련 주무부처인 문체부 장관은 경기를 참관하지만, 통일부 장관은 그러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다는 차원에서 오늘 경기를 참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민간단체가 추진한 남북 공동응원단에 관해선 "민간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남북 선수팀을 공동으로 열렬히 응원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8년 동안 얼어붙었던, 또 완전히 단절됐던 남북관계 속에 좋은 선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차곡차곡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간 공동응원단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3억원 지원을 두고 '친북단체 배불려주기'라는 비판 여론에 대해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이것은 정쟁 거리도 아니고, 여야, 보수와 진보 이렇게 나눠서 논쟁을 벌일 일도 아니고 잘되도록 다 합심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지원 내역이 비공개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 나중에 정산하고 나서 자료를 다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23일 '내고향' 응원단 지원을 위해 결승전 입장권 1500~2000석을 단체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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