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LA 다저스 김혜성(27)의 빅리그 생존 게임이 잔인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주전 경쟁자들의 연이은 복귀로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진 가운데, 사령탑마저 냉정한 현실을 짚고 나섰다.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근 김혜성의 타격 부진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최근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너무 많이 쫓아가는 경향이 생겼다"며 "적극적이어야 할 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고 있다. 지난 한 달은 그에게 꽤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김혜성은 최근 15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 OPS 0.467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특히 4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무려 17개의 삼진을 당하며 선구안이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
사령탑의 조언은 따뜻했지만 메시지는 차가웠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 스스로가 누가 올라오고 내려가는지를 신경 쓰지 말고, 본래 야구를 하던 모습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결과가 중요해질 것이다. 조만간 다시 로스터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이는 피할 수 없다"고 독설에 가까운 현실을 전했다.
로버츠 감독이 말한 '피할 수 없는 로스터 조정'의 실체는 바로 주전 2루수 토미 에드먼의 복귀다. 지난해 11월 발목 수술을 받았던 에드먼은 27일(한국시각) 휴스턴 산하 트리플A 슈가랜드와의 경기에서 2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야구 규정상 재활 선수 신분으로 마이너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0일이다. 즉, 늦어도 20일 뒤면 에드먼은 무조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돼야 한다. 이미 우측 복사근 부상에서 돌아온 무키 베츠와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복귀전에서 멀티히트를 친 키케 에르난데스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에드먼마저 합류한다면 다저스 내야진은 포화 상태가 된다. 최근 무기력했던 김혜성이 마이너리그 강등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김혜성은 지난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간만에 밥상을 차리며 팀의 5대3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장기인 빠른 발로 선제 득점을 올리며 타율을 2할5푼7리로 소폭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하루 만에 다시 플래툰 시스템의 벽에 가로막혔다. 다저스는 27일 콜로라도전 선발로 좌완 카일 프리랜드가 예고되자 김혜성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우완 상대 타율은 2할8푼으로 준수한 반면, 좌완 상대 타율이 7푼7리(13타수 1안타)로 극심한 편차를 보인 탓이다. 김혜성의 빈자리에는 베테랑 미겔 로하스가 들어갔다.
경쟁자들이 모두 돌아오는 살얼음판 위에서 김혜성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어야 3주다. 로버츠 감독에게 '도저히 뺄 수 없는 카드'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김혜성의 '생존왕' 드라마는 트리플A에서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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