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륜의 살아있는 전설 정종진(20기, SS, 김포)이 마침내 경륜 역사 최정점에 올라섰다.
정종진은 지난 22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13경주에서 승리를 추가하며 개인 통산 559승을 기록했다. 이는 홍석한(8기, A2, 인천)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최다승 기록 558승을 넘어선 한국 경륜 사상 새로운 이정표다.
이미 지난해 역대 최단기간 5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던 정종진은 불과 1년여 만에 또 하나의 상징적인 기록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새겨 넣었다. 당시 정종진은 단 613경주 만에 통산 500승에 도달하며, 종전 홍석한의 기록보다 무려 180경주나 빠른 압도적인 페이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끝내 '최다승'이라는 한국 경륜 최고의 상징마저 정복했다.
대기록의 분수령은 지난 10일 열린 'KCYCLE 스타전'이었다. 정종진은 이날 결승에서 현 최강자로 평가받는 임채빈(25기, SS, 수성)을 상대로 특유의 침착한 경기 운영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이 승리로 개인 통산 558승을 기록하며 홍석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순한 타이 기록 이상의 의미였다. 임채빈과의 정면 승부에서 승리하며 여전히 자신이 한국 경륜 최정상에 있음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불과 2주 뒤 22일, 정종진은 결국 역사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섰다. 타이 기록에 만족하지 않은 그의 페달은 끝내 새로운 시대의 숫자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경륜 황제' 정종진의 길이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중학생 시절 선생님의 권유로 사이클에 입문한 그는 서울체고 졸업 후 부산경륜공단과 상무를 거쳤지만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늘 '이인자, 삼인자'라는 평가가 따라다녔고, 꿈꾸던 국가대표의 문도 넘지 못했다. 경륜 선수 후보생 시험에서도 한 차례 낙방의 아픔도 겪었다.
대부분이라면 포기했을 순간.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 재도전을 미뤘고, 생계를 위해 동대문 시장에서 일을 하며 운동을 병행했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묵묵히 페달을 밟았고, 그 시간은 훗날 한국 경륜 역사를 바꾸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2013년 20기로 경륜에 데뷔한 정종진은 이후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약점을 지워나갔다. 마침내 2015년 이사장배 대상경륜 우승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종진 시대'가 열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그랑프리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2022년 다시 정상에 오르며 통산 그랑프리 5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작성했다. 다승왕과 상금왕 역시 여러 번 그의 차지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그의 질주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87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정종진은 여전히 최정상에서 경쟁하고 있다. 최근 임채빈을 비롯한 젊은 강자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자신만의 훈련 방식과 철저한 자기 관리, 완성형 경기 운영 능력으로 건재함을 입증하고 있다.
예상지 최강경륜 설경석 편집장은 "KCYCLE 스타전에서 임채빈을 상대로 우승하며 타이 기록을 세웠던 순간에도 느꼈지만, 정종진은 단순히 체력만으로 대결하는 선수가 아니다. 경험과 경기 운영, 상황 판단 능력까지 모두 완성된 선수다. 무명의 선수였던 정종진이 프로 입문 후 10년 넘게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동대문 시장 골목길을 달리던 무명의 청년은 결국 한국 경륜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그리고 정종진의 페달은 아직도 멈출 기색이 없다. 559승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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