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보통이라면 교체가 당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화 선발 화이트는 달랐다. 1시간 27분 동안 경기가 멈춘 뒤에도 화이트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한화 선발 화이트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예상치 못한 우천 중단이라는 변수를 맞았다. 경기 초반부터 비가 내린 가운데 한 차례 짧은 중단을 겪은 화이트는 4회말을 앞두고 다시 찾아온 폭우로 더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오후 7시 52분 중단된 경기는 무려 1시간 27분 뒤인 오후 9시 19분 재개됐다. 선발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시간이었다. 긴 시간 대기하면 어깨와 몸이 식어 부상 위험이 커진다. 대부분의 경우 선발 투수 교체가 이뤄지는 이유다.
하지만 화이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 경기 재개만을 기다린 화이트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재개 직후에도 150㎞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이미 2회 양의지에게 솔로 홈런, 오명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한 상황. 그러나 화이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긴 중단 이후 더욱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고, 6회까지 책임지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2실점)를 완성했다.
이날 화이트의 투구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두 차례 우천 중단, 특히 87분이라는 긴 공백 속에서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택 자체가 팀을 향한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승패와 별개로 한화가 1선발에게 기대하는 헌신과 투혼이 고스란히 담긴 장면이었다.
1시간 27분 동안 멈춰 있던 경기. 그리고 그 긴 기다림이 끝난 뒤에도 묵묵히 마운드를 지킨 화이트에게 한화 팬들은 이름을 연호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잠실구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승부가 아니라, 다시 마운드에 오른 화이트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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