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유례없는 김진욱 감독의 파격발언, 빛일까 그림자일까

기사입력 2013-01-10 18:23


두산 김진욱 감독의 모습.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지난해 두산 김진욱 감독은 무리하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건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의 스타일은 '덕장'이었다. 정규리그 3위의 성과를 올렸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투수기용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했다. 확실히 파격보다는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는 온화한 느낌의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9일 잠실야구장에서 가진 구단 시무식에서 "올해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당연했다. 모든 프로팀 사령탑이 시즌 전 내미는 출사표.

그런데 구체적이었다. 그는 "우리팀의 객관적인 전력은 2위"라고 했다. 이 발언은 너무나 파격적이다. 지난해 김 감독의 행보를 고려할 때 더욱 극적인 반전 멘트다.

모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시즌 전 소속팀의 전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사령탑은 없었다.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기나긴 정규리그에는 워낙 변수가 많다. 게다가 사령탑 개인의 처세술 측면도 있다. 모 기업의 입김이 워낙 심한 한국 프로스포츠다. 당연히 감독은 파리목숨이다. 때문에 전력이 뛰어나도 시즌 예상성적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아니면 함구한다. 기대치를 높힌 뒤 그 이하로 실제 결과가 나타나면 책임론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우리 전력은 2위"라고 말한 뒤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공격, 타력, 백업멤버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물론 기본적인 선은 그었다. 9개 구단의 예상 성적이나, 투타에 걸친 두산의 구체적인 전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까지 언급한 것도 매우 신선하다.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여기에 의문이 든다. 왜 김 감독은 시즌 출발점에서 구체적인 전력에 대해 언급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두산의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결합해야 한다. 도출되는 결론은 김 감독의 파격 발언에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이다.

팀에 시너지 효과를 줄 가능성과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함께 공존한다.

확실히 자신감있는 발언이다. 두산은 올 시즌 그럴 만한 요소들이 있다. 켈빈 히메네스의 가세로 인한 탄탄한 선발진의 구축, 지난해 유망주들의 경험치 획득, 그리고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홍성흔을 주장으로 선임하면서 생긴 팀의 유기적인 상승 등이 있다.

야수들은 경쟁이 필수적이 됐다. 선발진과 함께 정재훈 이재우가 돌아오면서 투수진도 풍부해졌다. 12월 두산의 자율훈련에 대한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김 감독은 "12월 황병일 수석코치의 지도 아래 자율훈련이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선수들 사이에 건전한 경쟁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지난해 두산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팀으로 뭉칠 수 있는 응집력이 떨어졌다. 홍성흔도 "두산은 그동안 사고가 많았다"고 했다. 그가 주장이 되면서 이런 부분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팀내 배경과 함께 김 감독의 특수한 의도가 깔려 있을 수도 있다. 두산은 올 시즌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상황. 강한 전력 안에서 강한 책임까지 지우게 하면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작전보다는 선수를 믿는 공격야구를 하겠다"고 말한 김 감독의 멘트는 이런 상황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2001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두산으로서는 김 감독의 강한 발언이 '배수의 진'을 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야구는 모든 종목 중 가장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른다. 게다가 전력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변수들이 가장 많다. 당연히 시즌은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경우도 많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경우 유연하게 풀어가는 전술이 필요하다. 마음의 부담이 없어야 이런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그런데 김 감독의 '배수의 진'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을 경우 '마음의 부담'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 감독의 파격발언은 프로스포츠의 역사를 통틀어도 사상 유례가 없다. 과연 그의 '배수의 진'이 어떻게 작용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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