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목수가 연장만 탓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여러 뜻이 담겨있는데, 실력이 뛰어난 장인이라면 도구의 좋고나쁨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도 있다. 무협소설에서는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낡은 철검 하나로도 명검을 잡은 것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자들의 배트, 기준은 있나
배트의 무게와 타구의 비거리는 별개의 문제
그렇다면 장타자들은 어떤 형태의 배트를 선호할까. 쉽게 생각하면 무거운 배트가 더 긴 비거리를 생산할 것만 같다. 물리적으로 보면 배트가 무거울수록 타격시 반발력도 커지기 때문에 비거리를 늘려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으로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비거리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 중 '스윙 스피드'라는 것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에는 질량과 가속도가 있다. 배트의 무게가 질량에 해당한다면 빠른 스윙 스피드는 가속도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높을 때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난다.
그런데 지나치게 무거운 배트는 스윙 스피드를 감소시킨다. 너무 무거운 배트를 빨리 휘두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선수들은 스윙 스피드를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무게감이 있는 배트를 고르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근력과 스윙 습관 등을 고려해 다양한 옵션을 선택한다.
때에 따라서는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 좀 더 가벼운 배트로 바꾸기도 한다. 2010년 롯데 소속이던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에도 평소 쓰던 950g의 배트 대신 930g의 약간 가벼운 배트를 들고나온 일도 있었다. 무더위로 체력이 떨어지자 배트를 바꾼 것이다. 불과 20g의 차이지만, 민감한 프로 선수의 감각에는 엄청난 차이로 느껴질 수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일부러 평소 쓰는 것보다 무거운 배트를 손에 쥐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일본 언론에는 요미우리 간판스타이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 주장인 아베 신노스케가 '이대호 배트'를 연습용으로 쓴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아베가 이대호로부터 받은 배트와 같은 스타일을 일부러 주문해서 연습할 때 쓴다는 것.
이렇게 주문한 배트는 무게도 평소 아베가 것보다 20g 정도 무거운 940g 짜리인데다 무게 중심도 헤드 끝부분에 있다. 그래서 조작성이 어렵다. 하지만 연습할 때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베는 "이 배트는 무게 중심이 배트 끝부분에 있다. 그래서 스윙할 때는 무겁게 느껴진다. 연습에서는 그 정도의 무게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며 무거운 배트를 연습용으로 쓰는 이유를 밝혔다. 무거운 배트로 연습하다가 실전에 가벼운 배트를 들고 나가면 스윙 스피드와 배트컨트롤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손잡이가 다르면 줘도 못 쓴다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배트의 차이점은 앞서 언급한대로 무게와 길이다. 또 무게 중심의 위치도 다르다. 아베가 연습용으로 쓴 이대호 스타일의 배트는 무게 중심이 헤드 끝부분에 있는데, 이는 장타자들이 선호하는 유형이다. 원심력을 극대화해 장타를 만들기 위해서다. 반면 추신수나 아베 등 중장거리형 타자는 무게 중심이 미들-톱, 즉 끝부문에서 조금 내려온 부문에 있다. 배트 컨트롤을 늘려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길이나 무게, 무게 중심보다도 선수들이 가장 크게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노브(knob)라고 불리는 손잡이의 모양이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승엽이나 김태균 등 장타자는 이 노브를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치는 데, 그래서 노브가 얇고 작다.
반면 이용규나 이종욱 등 배트컨트롤을 앞세워 단타를 주로 치는 타자는 배트를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손잡이 부분이 두껍고 크다. 마치 크고 둥근 양파처럼 생겨서 양파의 일본식 표현인 '다마네기'라고 부르는 선수들도 많다. 또 얇은 노브와 '양파' 노브의 중간형도 있다.
무게나 길이의 차이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연습용으로라도 쓸 수 있지만, 이 손잡이 부분이 자기가 쓰는 모양과 다르면 전혀 사용할 수 없다. '줘도 못 쓰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