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한국야구 해결사, 리더가 필요하다

최종수정 2013-03-04 06:12

2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네델란드와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1사 1,3루서 강민호가 삼진 아웃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2.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네덜란드전 0대5 완패. 일부 팬들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한 일을 떠올렸다. 축구가 아니라 야구였기에 더 쇼킹했다. 이래서 실력과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한국은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야구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야구 중진국 수준으로 평가됐던 한국은 2006년 1회 대회에서 3위,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한국야구가 일본은 물론,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북중미와 남미팀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팀 전체의 조직력도 좋았지만, 앞선 대회에서는 팀의 구심점에 해결사 역할까지 해준 리더가 있었다. 2006년에는 박찬호와 이종범이 있었고, 2009년에는 김인식 감독을 정점으로 한 코칭스태프의 노련한 리더십, 젊은 선수들의 단합된 힘이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은 투타에서 모두 무기력하기만 했다.


류현진과 봉중근 김광현 등 특급 좌완 투수가 빠진 마운드의 약세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이 2006년과 2009년에 비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타선은 추신수가 빠진 것 외에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오히려 타자들의 면면만 놓고보면 이전 대회 때보다 낫다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거나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과 이대호 김태균에 대한 믿음이 컸다. 셋 모두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이번에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누구도 팀 분위기를 끌어주지 못했다.

WBC같은 큰 국제대회 경기는 분위기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착실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초반 선제점을 내주더라도 노련한 베테랑 선수가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파이팅을 끌어내 경기를 잡아가야 한다. 그런데 최소한 1라운드 1차전 네덜란드전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적임자로 이승엽을 꼽는 야구인들이 많았는데, 7회 찬스에서 대타로 나선 이승엽은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분위기를 수습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2006년에는 천하의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 나서 뒷문을 지켰다.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였다. 또 이종범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인정을 받으면서 선수단의 리더역할을 했다. 박찬호와 이종범, 두 선수 모두 최전성기를 지난 선수였지만, 대표팀의 이름으로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또 이진영은 도쿄에서 벌어진 일본전에서 그림같은 다이빙 캐치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2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네델란드와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무사 1루서 정근우가 유격수 앞 병살타로 아웃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2.
2009년에는 추신수가 가세하고 봉중근 등이 투지 넘치는 활약을 펼쳤다. 팀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심어 줬다. 대표팀이 빛나는 성적을 거둘 때마다 이런 리더, 해결사가 있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투혼을 불사르며 덕아웃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2일 브라질전에서 보여준 일본 대표팀 주장 아베 신노스케와 베테랑 이바타 히로카즈(38)의 활약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2-3으로 끌려가던 일본은 8회 대타로 나선 이바타의 적시타, 아베의 내야 땅볼로 타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미지의 상대 브라질을 맞아 고전했지만, 막판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인 아베는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이 컸다. 메이저리거가 모두 빠진 가운데, 1회와 2회 대회 때 일본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스즈키 이치로의 공백을 채워야 했다. 이런 압박감 때문인지 연습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아베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무릎 통증이 재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 뛰지 못했다.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2일 브라질전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대타로 나서 비록 안타를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팀 승리로 이어진 소중한 타점을 기록하며 팀에 기여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해결사가 필요하다. 위기 때마다 투혼을 불살랐던 해결사가 필요하다. 팀 분위기를 살려줄 리더가 필요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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