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1월 17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는 단장회의(현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 사태로 촉발된 프로야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단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였다. '중계권료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독점하지 말고 각 구단에 배분하자',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을 없애든지 1명으로 줄이자', 'FA 제도를 현실화해 몸값을 줄이자', '승리수당과 같은 메리트 시스템을 없애자' 등 구단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와 마찬가지로 사문화된 규정이다. 규약에 명시가 돼 있는데도 당시 단장들은 구단들이 메리트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적용하자 "자제하자"며 협정을 맺은 것이었다.
지난해 모구단은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에 연승을 놓고 승리수당을 걸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극비사항이었다. 하지만 해당팀은 연승에 실패해 수당을 챙기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지방의 한 구단은 한창 상승세를 타던 7월에 모기업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았다. 당시 해당구단의 단장은 나머지 7개팀 단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그룹에서 격려금이 나왔는데 일시불로 지급하게 됐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불가피하게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에 다른 구단들에게 사실을 알린 것이었다.
'돈 벌어서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열심히 하라는 차원에서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순위싸움이 치열해질수록 메리트 시스템도 경쟁 양상으로 번진다. 그럴 바에야 아예 규약에서 빼버리고 양성화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암암리에 가욋돈을 주기보다는 보너스의 형태로 당당히 공개해 지급해주는 것이다.
프로야구에는 메리트 시스템 말고도 여러가지 형태의 '지하경제'가 존재한다. 야구규약이나 선수계약서에 명시된 약속 사항을 위반하는 것들이다.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우승보너스도 이에 속한다. 포스트시즌 수입 배당 규정에 따라 한국시리즈 우승팀에는 20억~30억원대의 보너스가 돌아간다.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해당팀의 모기업에서는 별도로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잘 했다고 주는 돈', 주위에서 상관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적어도 구단들이 서로 정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메리트 시스템과 같은 뒷거래는 구단간, 선수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또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프로야구의 현실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성적을 내게 하고 싶다면, 연봉 계약 때 충분히 동기부여를 해주면 된다. 투명한 구단 경영은 프로야구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