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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갈아입을 때의 그 느낌,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뛰겠다 마음 먹었죠."
LG 김태군은 게으르다? "모든 건 내가 초래한 일"
두산 사령탑 시절 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친 김경문 감독은 김태군과 조우한 뒤 "무슨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해봐라"는 말만 했다. 김태군은 "그때 '몸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사실 김태군은 LG에서 주전포수까지 경험했다. 2년차였던 2009년, 김정민(현 LG 2군 코치)의 부상과 조인성이 마운드에서 심수창과 언쟁을 벌인 것에 대한 징계로 무기한 2군행을 지시받으면서 무주공산인 LG 안방마님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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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4경기, 이듬해 50경기에 나섰지만 성장은 더뎠다. 더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1년엔 노장 심광호(현 경찰청 코치)까지 와 출전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군문제를 해결하고 오겠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철없던 시절, 마음이 쉽게 흔들렸다. 그때 김태군을 잡아준 건 LG의 김정민, 장광호(LG 1군 배터리코치) 코치였다.
그 사이, 팀에선 김태군에 대해 '게으르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딘 성장에, 마음을 다잡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김태군은 "처음엔 내 사정도 모르고, 그렇게 얘기해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욕할 사람 없다. 그런 이미지로 보인 것 자체가 내 잘못이다. 내가 초래한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기 자신의 상품가치를 만드는 건 프로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상품가치를 못 만들었다고 자책했다. 그 사이 2012 신인드래프트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대학 최고 포수 조윤준이 입단했다.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그해 겨울, LG 김기태 감독은 체력테스트에서 강한 잣대를 들이밀며 김태군을 전지훈련에서 제외시키기도 했다. 김태군을 보다 강하게 만들고자 한 '처방전'이었다. 결국 지난해 전훈 제외에도 데뷔 후 처음으로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5월이 되서야 1군에 올라왔지만, 뒤늦게 주전 마스크를 썼다.
NC 김태군은 다르다? "결과로 보여주겠다"
하지만 김태군은 2012시즌이 끝난 뒤 NC의 특별지명을 앞두고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성장이 더딘 선수,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김태군은 "사실 조윤준이 지명되는 순간부터 '고비가 오겠구나' 싶었다. 잘 하는 포수다. 그래도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평생 가슴속에 묻어두고 뛰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김경문 감독님 눈에 들어 달라졌다는 소릴 꼭 듣고 싶다. 결과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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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도 열심히 치렀다. 뭘 하더라도 'LG 시절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뒤엔 조급함이 커졌다. 개막 후 1승도 올리지 못하면서 더 심해졌다.
5연패를 한 뒤 잠실구장에서 친정팀 LG를 만났다. 하지만 무언갈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말렸다. 미트질도 과했고, 투수 리드도 좋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잘 아는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 같았다.
결룩 3차전 땐 마음을 바꿨다. '김태군 답게', 정공법대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결국 토종 선발투수 이재학의 데뷔 첫 선발승과 팀의 창단 첫 승을 이끌었다. 김태군은 "이전 LG전에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마음을 바꾸고 편안하게 하려고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내 생각 하지 않고, 팀이 이기는 데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친정팀이어서 그럴까. 그래도 LG전 성적은 '고공비행'이다. 1일까지 15타수 4안타로 무려 4할6푼7리. 1일 홈경기에선 데뷔 첫 홈런포까지 쏘아올렸다. 2-2 동점 상황에서 터진 역전 스리런홈런, 이날의 결승포였다. 5년간 몸담았던 LG에 2연패를 안긴 '비수'였다.
경기 후 만난 김태군은 "솔직히 너무 좋다. 정말 기쁘다. 이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LG 상대로 친 첫 홈런이라 더 기쁜 게 있는 것도 같다. 맞는 순간엔 펜스를 맞을 것 같아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걸 보고 알았다. LG 투수들 성향을 모르는 게 아니니, 좋은 쪽으로 계산한 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태군의 NC 이적은 프로야구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포수를 육성하려는 LG에 남았다면, 그저 그런 선수로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NC에서 김태군은 달라졌다.
친정팀에 비수를 품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태군은 여전히 LG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여전히 세 분한테 정말 감사드려요. 힘들 때 절 잡아주신 김정민, 장광호 코치님. 그리고 절 버티고 또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신 김기태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전 없었을 겁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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