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LG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선발로 등판한 두산 유희관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4 |
|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두산과 LG의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던 3일 잠실구장. LG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선발투수가 발표되자 기자실이 술렁였다. 많은 사람들이 두산의 선발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산의 선택은 좌완 불펜 요원인 유희관이었다. 니퍼트가 등 통증으로 인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걸러야 했고 대체 선발이 필요했다. 김진욱 감독의 선택은 유희관이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이번 시즌 팀에 복귀한 유희관은 올시즌 좌완 불펜 요원으로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선발 등판에는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35㎞ 정도로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가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유희관은 4일 LG전에서 마치 자신의 첫 선발등판을 기다렸다는 듯이 5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물론, 자신의 생애 첫 승도 함께 거둬 기쁨이 두 배였다.
어린이날인 5일 양팀의 경기를 앞두고 화제가 된 선수는 단연 유희관이었다. 두산 김 감독은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며 "3~4이닝만 막아줘도 충분하다고 봤다. 희관이가 호투를 해줘 어려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LG는 4일 경기에서 선발라인업이 좌타자를 5명이나 포진시켰다. 평소 좌완 선발이 나오면 문선재, 정주현 등 우타 야수들을 배치하는 선수기용과는 확연히 달랐다. 유희관 본인이 "LG가 좌타자를 5명이나 내 깜짝놀랐다"고 했을 정도. LG 김기태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이와 같은 선수 기용에 대해 "경기 후반을 내다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조차 생애 처음으로 선발등판하는 유희관이 그렇게 안정적인 피칭을 해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양팀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야구 전문가라는 두 감독도 유희관의 호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을 깜짝 놀래켰다. 그렇다면 본인의 소감은 어떨까. 5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희관은 "선발로 나서 행복했다"며 "김선우 선배가 선발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중간 투수로 나와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약점으로 지목되는 구속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유희관은 "전광판에 132~133㎞가 찍힌다. 그래서 타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볼끝은 있다고 생각한다. 직구에 상대 타자들 배트가 밀리는 것도 이 때문인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무 시절 스피드를 올리려 노력했는데, 세게 던지니 제구가 말을 듣지 않더라. 그 때 상무 박치왕 감독님께서 장점인 제구를 포기하지 말로고 충고해주신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호투를 한 유희관은 또 다시 선발로 나설 수 있을까. 김진욱 감독은 "임시 선발이었다.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다시 불펜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