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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정대현(35)은 국내야구의 대표적인 포커페이스 중 한 명이다. 마운드에 오르면 표정 변화가 없다. 잘 던질 때와 두들겨 맞을 때가 구분되지 않는다. 항상 그의 표정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타자들은 그런 정대현의 무표정에 질린다.
정대현의 원래 자리는 마무리였다. 지금은 중간 불펜이다. 정대현이 힘들어 자리를 비웠을 때 김성배가 마무리를 대신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정대현이 올라왔지만 바로 김성배에게 주어진 마무리 역할을 빼앗지 않았다. 자연스런 역할 조정을 할 때가 있을 거라고 한다.
그랬던 정대현의 공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는 원래 구속이 빠르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0㎞대 중반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 스트라이크존 가장 자리에 꽂는다. 이 공이 한두개 정도만 가운데로 몰리면 4월 처럼 안타를 맞는다.
정대현의 구위가 좋을 때는 타자들이 헛스윙을 많이 한다. 28일 부산 두산전에선 8회초 두산 4번 타자 홍성흔과 5번 윤석민이 두번씩 헛스윙을 했다. 정대현은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타자를 현혹시키는 공을 잘 던진다. 커브와 싱커 그리고 슬라이더다. 정대현의 커브는 솟아오르면서 끝에는 약간 오른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야만 효과가 있다. 4월엔 이 커브가 밋밋한 직구 처럼 똑바로 날아왔다. 그래서 많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커브가 마지막에 솟아오르고 있다. 반대로 싱커는 공 끝이 살면서 타자 바로 앞에서 밑으로 떨어진다. 슬라이더는 바깥쪽으로 빠르게 달아난다. 4월의 정대현을 생각하고 만만하게 타석에 들어섰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기 마련이다.
그는 다시 자신의 감정을 무표정으로 감추고 있다. 부진했던 4월, 그에게 많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대현도 세월 앞에 장사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때도 정대현은 말을 아꼈다. 그는 원래 말수가 많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나중을 위해 아껴둔다.
정대현은 마무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 시점은 큰 의미가 없다. 시즌 전 세워 놓았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게 롯데가 연출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