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넘게 자본 적이' 프로야구 코치의 슬픈 현실

기사입력 2013-07-11 11:49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기 전 훈련 중이던 LG 차명석 코치가 봉중근의 엉덩이를 배트로 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잠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08/

"2시간 넘게 잠을 잔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급작스럽게 신장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LG 차명석 코치. 5일 목동 넥센전 충격의 역전패 후 몸에 이상을 느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처음에는 지난 몇달 간 이어져온 현상이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6일 오전 경기를 준비하는데 통증이 너무 극심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신장에 생긴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에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LG 관계자들은 "차 코치가 평소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팀 방어율 1위를 이끄는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있었다.

수술 후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차 코치. 코치로서의 생활을 돌이키며 "병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12 시즌 LG 투수코치로 부임한 차 코치는 "2시간 이상 잠을 자본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코치로서의 힘들었던 나날을 돌이켰다. 밤 늦게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곧바로 잠을 잘 수 없다고 한다. 이겨도, 져도 그날 경기에 대한 생각에 뒤척인다. 어쩔 수 없이 술을 찾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차 코치는 주치의의 "평소 술은 얼마나 드세요"라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번 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쉰다는 뜻. 차 코치는 "힘겹게 잠이 들어도 다음날 경기를 생각하면 금세 눈이 떠진다"고 했다. 실제 시즌 중에는 2시간 넘게 자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 차 코치다. 그렇게 새벽녘 눈을 뜨면 경기 구상을 위해 무조건 걷는다. 차 코치는 "걸어야 생각이 잘된다. 세 시간 정도 걷게 되면 한 경기 구상이 끝난다"고 했다. 본인은 운동 차원에서 걷는 건데,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운동은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미쳤다. 고통을 느낀 6일 역시 전날 목동 넥센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후 한숨도 자지 못하고, 세 시간 이상을 걸으면서 경기 구상을 하다가 제대로 탈이 나고 말았다. 차 코치는 "팀에는 좋지 않은 패배였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넥센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병원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병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며 씁쓸하게 웃고 말았다. 경기 뿐 아니다. 선수단 분위기 정비도 코치의 몫이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 어르고 달래야 한다"며 이 마저도 코치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 된다고 밝혔다. 그래도 투수 신정락이 9일 경기에서 호투한 후 "차 코치님 걱정 덜어드리려 정말 열심히 던졌다"는 말에 진통제가 필요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며 흐뭇해했다.

병상에서도 온종일 LG 야구 생각 뿐이었다. 차 코치는 10일 경기를 앞두고 "리즈가 잘 던져야 되는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5할 승률 +10만 유지했으면…"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였다. "수술 후 안정을 찾아야 하니 야구 보며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라는 말에 "그게 되겠느냐"며 LG 경기 중계를 보기 위해 TV 리모컨을 눌렀다. 특유의 유쾌함도 잃지 않았다. 차 코치가 수술을 받은 중앙대병원은 두산그룹 계열. 차 코치는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LG 코치라고 신경을 써주지 않을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차 코치 뿐 아니다. 한국프로야구 코치들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활약 중이다. 선수 시절에 비하면 연봉은 형편없다. 하지만 선수들과 똑같은 스케줄로 움직인다. 여기에 경기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 표면적으로는 감독이 경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지만 코치들 역시 한 경기에서 패하면 반역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한다. 가장 결정적인 건 감독, 선수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죄인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늘어간다.

다행히 수술경과가 좋아 차 코치는 1주일 정도 입원 후 퇴원할 예정이다. 차 코치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곧바로 팀에 합류할 생각이다. 지금 이순간도 예정 없이 자리를 비워 감독님께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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