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신바람 야구, 아픈 차명석 코치도 낫게 했다?

기사입력 2013-07-24 12:06


2013 프로야구 LG와 KIA의 후반기 첫 경기가 23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최근 신장에 있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차명석 코치가 7회 마운드를 이상열로 교체하고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23/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 아픈 사람조차 벌떡 일어서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LG와 KIA의 후반기 첫 경기가 열린 23일 잠실구장. 경기 전 LG 불펜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다. 헬쑥해진 모습이었지만 언제나 서있던 그 자리에서 팔짱을 낀 같은 포즈로, 투수 우규민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였다. 차 코치는 지난 8일 신장에 생긴 악성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고 하지만, 엄청난 고통과 후유증이 뒤따랐다. 절대적인 안정과 요양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지 정확히 2주 만에 차 코치는 유니폼을 입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있었다.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복귀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해 걸음걸이가 뒤뚱뒤뚱했다. 또 마운드를 오갈 때와 덕아웃에서 자기도 모르게 수술 부위인 왼쪽 옆구리를 만지기도 했다. 그런 모습 탓인지 김기태 감독에게 "제발 좀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타박 아닌 타박을 듣기도 했지만 "(수술 후)몸에 좋다고 해서 자연산 회, 장어를 먹었는데 평소 먹던 소주가 없으니 영 맛이 없더라"는 걸쭉한 입담으로 끄떡없음을 알린 차 코치였다. 그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을 지켜보는 게 행복한 모습이었다.

사실 상황이 조금 달랐더라면 차 코치가 그라운드에 서는 게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지금과는 반대로 LG의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차 코치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올 수 있었을까. 아직 간호를 받아야 하는 본인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김 감독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감독이 수차례 "더 쉬셔도 좋다"고 권유하다가 끝내 차 코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이날 경기에 앞서 코치 등록을 한 것도 최근 잘나가는 LG의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차 코치는 경기후 "내가 와서 팀 연승이 깨질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겨서 기쁘다. 병원에서 TV로 볼 때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도 훨씬 덜받고 기분도 좋았다"며 웃었다.

병마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복귀한 코치에게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던 걸까. 시원한 승리였다. LG는 이날 KIA를 13대3으로 대파하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거뒀던 6연승 기록을 이어가며 7연승을 달리게 됐다. 2위 자리를 그대로 지킴은 물론, 선두 삼성과의 승차를 0.5경기차로 유지했다.

LG 야구의 신바람은 이날 오전 내린 세찬 장맛비를 비웃기나 하듯 무섭게 몰아쳤다.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13득점했다. 홈런이 많았냐고? 하나도 없었다. 홈런 없이 17안타-13득점을 완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타선의 집중력이 강했다는 뜻이다. 누구 한 명이 잘하는게 아니어서 더 무서웠다. 이진영 오지환이 3안타를 쳤고, 이병규(9번) 김용의 윤요섭이 2안타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번 시즌 팀 세 번째 선발전원안타 기록까지 완성했다. 상대 KIA 역시 갈 길이 바빴지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LG 선수들의 신바람 야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도 완벽했다. 선발 리즈가 5회 잠시 흔들렸지만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 실점이 이날 경기의 실점 전부였다. 나머지 2이닝은 이상열과 김선규가 각각 1이닝씩을 책임졌다. 필승조를 가동하지 않아 KIA와의 남은 2경기 역시 전망을 밝게 했다.

이날 선두 삼성이 만약 NC에 패했더라면 LG는 정규시즌 1위 고지를 정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NC에 승리하며 1위 정복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이날 LG의 경기를 봤을 때 2위에 머물러있는 것을 전혀 아쉬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LG팬들이 꿈으로만 꾸던 그날이 머지 않아 올 것임을 암시한 후반기 스타트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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