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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데뷔 첫 해 10승, 이제 남은 건 한국인 최초 신인왕이다. 류현진의 신인왕 레이스, 현 주소는 어떨까.
류현진에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인 투수는 총 8명. 박찬호(은퇴) 김병현(넥센) 조진호(은퇴) 김선우(두산) 봉중근(LG) 서재응(KIA) 백차승(전 오릭스) 류제국(LG) 중 신인 자격을 가진 시즌에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이는 서재응이다. 서재응은 지난 2003년 뉴욕 메츠에서 풀타임 선발로 데뷔해 32경기(31경기 선발)서 9승12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다.
물론 류현진은 출발점이 다르다. 앞선 메이저리그 선배들과 달리,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무대를 밟았다. 어느 정도 검증된 투수로 안정적인 선발로테이션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진출과, 풀타임 선발 정착은 별개의 일이다. 류현진은 10승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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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는 전년도 선수 명단에 등록된 날짜가 45일 이하이고, 투수는 50이닝 이하, 타자는 130타수 이하를 뛴 선수를 신인으로 규정한다. 빅리그 첫 시즌인 류진의 경우, '순수 신인'이다.
류현진이 10승 달성에 성공한 이날, 다른 신인왕 후보들도 승리를 챙겼다. 류현진보다 승수가 많은 밀러는 7패로 다소 패배가 많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2.89로 보다 좋다. 선발투수로서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지표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서는 류현진이 압도한다. 밀러가 21경기서 9회에 그친 반면, 류현진은 21경기서 15회로 퀄리티스타트 비율이 무려 71.4%에 이른다.
뒤늦게 후보군에 오른 우완 페르난데스의 경우, 승수가 다소 적다. 21경기서 8승5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중. 하지만 오히려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셋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4월 한 달 동안 승리가 없다가 5월부터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어느새 팀내 최다승 투수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또한 최근 2경기에서 13탈삼진, 14탈삼진으로 '닥터 K'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14K는 올시즌 내셔널리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138탈삼진으로 밀러(132개)와 류현진(111개)보다 많은 탈삼진을 기록중이다. 페르난데스는 퀄리티스타트 역시 14회로 류현진에 필적한다.
류현진이 앞세울 만한 건 승률이다. 현재까지 0.769로 밀러(0.611)와 페르난데스(0.615)보다 좋다. 시즌 초반 바닥을 헤매던 다저스가 놀라운 페이스로 지구 1위까지 치고 올라온 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다. 밀러가 속한 세인트루이스는 중부지구 2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동부 최하위인 약체 마이애미 소속으로 다소 불리하다. 팀 성적이라는 외부 환경에서도 류현진이나 밀러보단 페르난데스가 좋지 않다.
야수 중에선 류현진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가 독보적이나 무모한 주루플레이나 상대에 대한 도발 등 다듬어지지 않은 그에 대해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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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뛰어난 경쟁자들이 있는 가운데, 류현진의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남은 시즌에서 꾸준한 활약이 필수적이다.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이 실제 활약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선발진에선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게 다소 가려져있고, 신인 중에선 푸이그에게 가려있는 것 같다. '류현진이 신인왕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들과 같은 팀에서 뛰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매팅리 감독의 말대로, 놀라운 상승세를 보인 다저스 내에서도 류현진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다소 비켜가 있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사실 더 칭찬을 많이 받아야 한다. 자신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정말 꾸준하고, 등판 때마다 팀 승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기복 없는 활약과 승률이 높은 부분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장점으로 본 것이다.
또다른 장애물도 있다. 바로 이미 다른 나라에서 프로 생활을 했던 선수라는 '편견'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의 신인왕 수상은 세 차례 있었다. 모두 일본 선수였다. 박찬호와 함께 뛰어 국내에도 친숙한 1995년 노모 히데오와 2000년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 그리고 2001년 '타격기계' 스즈키 이치로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후 신인왕 계보는 끊겼다. 수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신인왕은 수상하지 못했다. 2007년 보스턴에서 15승을 올렸던 마쓰자카는 12승을 올렸던 브라이언 배니스터(당시 캔자스시티)에게도 밀리면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그쳤다. 당시 마쓰자카는 23년만에 200이닝-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한 신인투수였지만,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다르빗슈(텍사스)는 16승을 올렸음에도 신인왕 투표 3위에 그쳤다. 리그 MVP까지 거론됐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에 크게 뒤진 것은 그렇다 쳐도, 오클랜드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에게도 밀린 건 의외였다.
이런 움직임은 2003년 마쓰이 히데키부터 시작됐다. MVP와 신인왕 투표를 하는 미국기자협회(BWAA)에선 자국리그에서 활약하다 온 일본인선수에게 신인왕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16홈런 106타점을 올린 마쓰이가 17홈런 73타점을 기록한 앙헬 베로아에게 밀려 신인왕을 수상하지 못했다.
류현진 역시 이런 편견과 싸워야 한다. 일본과는 달리, 한국프로야구는 메이저리거를 처음 배출했다. 선례가 없다. 리그의 수준 등을 고려하는 데 있어 다소 시각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순수 신인'이 아니란 시선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류현진 역시 이를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여야만 신인왕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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