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워의 꽉 막힌 시내 도로를 보는 기분이다. 최근 KIA의 공격 이닝을 보면 도무지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초보운전자 같다.
'빅 이닝'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그 의미는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보통 한 이닝에서 타선이 집중력을 보이며 5점 이상 뽑아줄 경우를 뜻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려면 일단 집중타가 터져나와야 한다. 그러면서 많은 득점기회를 만들어낸 뒤 결정적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타자가 타점을 쓸어담는 형태다.
'빅 이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상하위 타선이 고르게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롯데 투수진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KIA는 '빅 이닝'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최다득점을 했던 지난 7월 28일 창원 NC전에서 그나마 '빅 이닝'에 견줄 만한 모습이 나왔는데, 4-4로 맞선 9회초 1사 후 나지완 김주형 박기남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낸 뒤 안치홍의 3점 홈런이 터져 4득점을 했다. 이것이 후반기 들어 유일하게 나온 KIA의 화끈한 모습이었다.
늘어나는 잔루, 깊어지는 절망
결과적으로 KIA는 후반기 들어 7일까지 소화한 13경기에서 겨우 3승 밖에 거두지 못하며 깊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승률이 겨우 2할3푼1리 밖에 되지 않다보니 '4강 복귀'의 꿈은 언감생심이다. 4강 복귀의 가장 큰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6, 7일 롯데와의 부산 원정 2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4강권과의 승차도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후반기 KIA의 몰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결부돼 있다. 한때 '최강'을 자랑하던 선발진이 붕괴됐고, 불펜은 일관되게 불안정하다. 마무리 투수 문제도 혼란을 거듭한 끝에 결국 윤석민을 보직이동하는 깜짝 결단을 내렸는데, 좀처럼 등판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막판 앞서고 있어야 윤석민이 마운드에 오를텐데, 막판까지 리드를 잡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운드가 허약해졌을 때, 타선이 힘을 내어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반대로 타선이 약할 경우 강한 마운드의 힘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팀이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KIA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후반기 들어서는 타선의 부진이 너무나 깊다. '빅 이닝'이 13경기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KIA 타선의 집중력과 파괴력이 얼마나 무기력해졌는 지를 나타낸다.
결국 갈수록 잔루는 계속 늘어나고, 타점 및 득점 순위는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신종길과 나지완 이범호 등이 타선에서 가끔씩 힘을 쓰긴 하지만, 확실한 해결 능력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 이닝'을 이끌어내려면 결국 타자들이 한층 더 강한 집중력과 투지로 재무장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KIA의 포스트시즌 도전은 올해도 실패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